"이 모터사이클 몇 cc?"라는 질문은 제발 하지 말아달라

현종화 2018. 3. 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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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현종화의 모터사이클 이야기(3)
16세에 ‘대림 핸디50’으로 입문한 국내 첫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전문시승기자. 누구나 버킷리스트에 모터사이클이 있지 않나? 겁부터 나겠지만 배워서 알고 타면 안전하다. 나에게 맞는 ‘애마’는 어떤 것일까? 주행 기술은 뭘 배워야 할까?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데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지금부터 검증받은 실전 전문가가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 주>
초보 운전자가 액션 영화 속 화려한 모터사이클 주행을 상상하는 것은 사치이다. 초보자는 적어도 2년의 주행 연습이 필요하다. [사진 현종화]

액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화려한 모터사이클을 사서 폼 나게 달리는 자신을 상상하는 초보 운전자가 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꿈 깨시라. 적어도 2년은 주행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니 말이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맞는 모터사이클을 고르는 방법을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보겠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와 완전히 다른 조종 장치를 가지고 있으며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조종한다. 현재 자신의 경제적 여유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저배기량에서 주행 기술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모터사이클 타기의 철칙이다.


초보라면 배기량 욕심 버려야
초보자는 최고속도와 배기량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사진 현종화]

아주 잘못된 대한민국의 모터사이클 문화 중 하나가 배기량으로 라이더를 평가하는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대부분 이렇게 질문한다.

“이거 몇 씨씨예요?” 아주 천진난만한 질문이자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질문이다. 또한 이 잘못된 질문을 받은 라이더는 은연중에 ‘배기량이 높은 바이크를 타야 무시당하지 않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조금은 할 것이다.

이것은 정말 ‘똥폼’일 뿐이다. 어떤 바이크는 1800cc 2기통 엔진인데 120마력 정도밖에 마력수가 나오지 않는다. 반면 4기통 600cc도 120마력이 충분히 나온다. 엔진은 성격에 맞게 설계되는 것이지 배기량이 많다고 반드시 마력수가 높거나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세상 가장 무식한 질문이 또 있다. “이거 당기면 얼마나 나가요?” 바로 이 질문이다. 최고속도 시속 300km를 넘어서는 모터사이클이 있다. 그런데 운전자가 항상 300km로 달릴까? 그렇지 않다. 시내 주행에서는 평균 시속 60km 정도일 것이고 장거리 투어를 간다고 해도 평균 시속 90km를 넘어서기는 힘들다.

최고속도? 배기량? 초보자는 절대 신경 안 써도 되는 것이다. 적은 배기량을 타고 있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비정상인 것이다. 정말 민망한 것은 실력도 없는데 대배기량을 탄다고 목에 힘주던 사람이 코너링에서 벌벌거리는 것이다.

참고로 모터스포츠가 발달한 유럽 쪽 운전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이 바이크는 다루기가 어때요?” 질문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초보자가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에 고배기량의 바이크를 구매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사진 현종화]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남들이 많이 타는 자동차는 대부분 잔 고장이 없거나 연비나 안전도면에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도 그렇다. 다른 운전자가 많이 선택하는 바이크는 내구성이나 엔진의 출력, 연비 등이 무난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모터사이클의 잔 고장 부분을 보려면 퀵서비스 운전자가 주로 어떤 기종을 선택하는지를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 첫 바이크인데 지나치게 관리하기 까다로운 모터사이클을 선택한다면 아주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15년 전에는 초보자에게 첫 바이크는 국산제품을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메이커의 품질상태를 고려했을 때 추천하기가 상당히 망설여진다. 과거에는 국내 메이커 제품이 그나마 싼 부품가격에 빠르게 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아리송하다.

많은 운전자가 바이크를 추천해달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사에서는 간접광고가 되기 때문에 특정 메이커나 모델은 거론하지 않겠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진다면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이 줄어들 것이다.

요즘 똑똑한 젊은 운전자는 경제적인 여유가 넉넉지는 않지만 어떤 기종이 잔 고장이 나지 않는지, 수리와 부품수급은 어떤지, 나중에 중고로 팔아도 별로 손해 보지 않을지를 꼼꼼히 살핀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초보자다. ‘그래도 내가 사회적인 지위와 체면이 있는데 이 정도 배기량은 타줘야…’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분명히 말했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와 달라서 배기량에 따라 경력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당장 남의 시선이 더 중요하다면 말릴 길은 없다. 단 모터사이클을 즐겁고 안전하게 오래 타고 싶다면 이 충고를 무시하지 말길 바란다.


초보 운전자는 발 착지성이 중요
운전자의 뒤꿈치가 많이 들려있다는 것은 발 착지성이 불안정한 것. 서스펜션 세팅을 통해 안장 높이를 조금 내릴 필요가 있다. [사진 현종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보자가 처음 선택하는 모터사이클은 넉넉하게 발이 지면에 닿는 기종이 좋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바이크에 앉았을 때 운전자의 다리가 땅에 안정적으로 착지해있는가 아니면 까치발로 바이크의 중심을 유지하는가는 심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발 착지성이 좋은 바이크가 유리하다.

누구나 꿈꿔오던 모터사이클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 사이즈와 지나치게 차이가 난다면, 자신이 아직은 초보자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발 착지성을 선택하라. 그것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이득이다.

그렇다면 발바닥 어느 부위까지 닿아야 발 착지성이 좋은 것일까? 경험상의 기준은 라이더가 바이크에 올라타서 체중을 실었을 때 발의 뒤꿈치까지 완전히 닿는 것이다. 운전자는 이때 가장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하지만 키 큰 운전자가 지나치게 작은 바이크를 선택해 무릎이 너무 구부러져도 달리기에 불편하다. 다리가 길고 키가 크다면 그에 맞는 바이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금 무리해서 약간 높은 바이크를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뒤꿈치가 1cm 정도 살짝 뜨는 정도가 좋다. 경력이 많은 베테랑은 까치발로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바이크도 무리 없이 주행하지만, 초보자는 아직 중심 잡기가 서툴기 때문에 발 착지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한 발 착지성이 불안하면 바이크 조작에 소극적이 된다. ‘발도 잘 안 닿는데 넘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따라붙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자꾸 맴돌면 주행 기술의 발전도 더디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장 170~180cm, 체중 65~85kg의 사람이라면 문제 없이 순정 세팅으로 모터사이클을 탈 수 있다. [사진 현종화]

그렇다면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제조사에서 설계할 때 운전자의 신체 기준은 어떻게 될까?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과 일본의 기준이 달랐다. 유럽·미국의 경우 남성기준 180cm에 80kg 정도가 평균 신장이라고 판단하고 제작했다. 과거에 시승했을 때 이탈리아와 독일제 바이크의 안장 높이는 살인적이었다. 또 클러치 레버는 어찌나 멀고 무거운지 30분만 주행해도 손가락이 얼얼했다.

일본의 경우 172cm에 70kg 정도를 기준으로 제작한다. 메이커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며 바이크의 서스펜션(충격완화장치) 초기하중 세팅으로 발 착지성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175cm, 75kg 정도를 기준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유럽제 바이크도 널리 장사를 해야 하니 동양인의 신체 구조도 상당히 고려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유럽제의 안장 높이는 일제와 비교하면 약간 높은 편이다. 초보자는 제원표에서 안장 높이를 유심히 보길 바란다.

한마디로 말해 전 세계적으로 신장 170~180cm, 체중 65~85kg의 사람이라면 큰 문제 없이 순정 세팅으로 주행할 수 있다.

현종화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hyunjonghwa74@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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