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표 개헌안에 담긴 '국민소환제'..국회서 살아남을까

윤진희 기자 입력 2018. 3. 17. 09:00 수정 2018. 3. 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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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돼도 '시행유예'..국회 몽니부리면 '그림의 떡'
국민들 도입 요구 거세지만 정치권은 애써 외면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위 초청 오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헌법개정안에는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갖는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포함돼 있어 주목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지난 13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헌법개정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 헌법 45조 국회의원 임기조항에 2항 신설… '국민소환제' 헌법제도화 국민소환제는 국민들이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는 국회의원을 임기 도중에라도 투표를 통해 파면시키는 제도다. 다른 말로는 ‘국민파면’ ‘국민해직’이라고도 한다. 국민소환제는 현행 헌법에는 없다.

자문위 개헌안은 국회의원의 임기를 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45조에 2항을 새로 만들어 '국민소환제'를 헌법제도로 명문화했다. 다만 개헌안이 발효되더라도 관련법 제정 등을 위해 시행에는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마련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국회의원이 자신을 선출한 유권자의 의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도 범죄로 인해 유죄확정 판결을 받지 않는 이상 의원직을 박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권한을 남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는 국회의원도 대법원이 형을 확정할 때까지 의원신분을 유지하며 국회의원으로서 특권을 누려왔다.

쉽게 말해 국민은 선거기간에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난 뒤에는 주권자로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자문위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의 지위를 갖게 되면 부적격 국회의원을 임기 도중에 소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다만 개헌이 이뤄지더라도 당장 국민소환제가 실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안 역시 국민소환제 실시에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고 있다. 신설된 45조 2항이 "소환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며 법률유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소환제 시행를 위한 절차 마련을 위해서는 먼저 관련법을 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 입법권은 국회 전속권한 … 국회가 법률안 부결하면 '그림의 떡'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거쳐도 넘어야 할 산은 또 남아 있다. 입법권은 국회의 전속권한으로 모든 법률안은 국회의 의결을 통해 법으로서 생명력을 얻는다.

즉 입법·행정·사법부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만이 법률을 만들 수 있다. 국회가 국민소환투표 등을 위한 법률을 의결하지 않을 경우 국민소환제는 실시 할 수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회가 국민소환제가 제대로 작동할 법률을 제정할 것이라는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국회가 자발적으로 추진했던 '특권 내려놓기'조차 수 차례 공염불로 만든 전력도 전문가들의 회의적 반응에 힘을 싣는다.

국회가 국민소환법안을 발의하지 않을 경우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개헌안에 포함된 '국민발안제'를 통해 법률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선거인수는 4210만 398명이다. 국민발안제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분1 이상의 서명으로 발의할 수 있다. 총선거인수에 급격한 변동이 없다는 전제 아래 대략 국민 42만여명의 서명으로 법률안을 발의할 경우 국회에 상정할 수 있다. 다만 국민발의 역시 관련법이 먼저 제정돼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문제는 또 있다. 국민발의를 통해 국민소환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도 국회가 의결을 통해 '부결'할 경우 대응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둘째는 정부발의를 통해 국민소환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 역시 국회가 정부발의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시키면 법으로서 생명력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에 국회의 '입법 부작위'에 대한 위헌 확인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다. 관련법을 만들지 않는 국회를 상대로 헌재가 위헌선언을 하더라도 '입법촉구'를 할 수 있을 뿐 입법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헌재의 위헌선언도 국회의 입법권 앞에서는 무력화할 수 밖에 없다.

◇ 유사제도 주민소환제 2007년부터 순항 중 개헌 논의가 있을 때마다 국민소환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의 국회불신이 점점 심화하면서 국민소환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정작 개헌안을 의결하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국민소환제 도입 요구를 애써 외면했다.

지난 2009년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운용됐던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역시 국민소환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최종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헌법연구자문위는 "국민소환제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지방자치 차원에서 주민소환제의 경험이 일정 정도 축적된 후에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민소환제 도입 논의가 일때마다 '시기상조'론이 반대 주장의 근거로 제시됐다. 또 정치적 세력들이 상대방에 대한 국민소환을 경쟁적으로 남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반대론에 힘을 실었다.

이번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문위 위원들은 '국민소환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 끝에 '국민소환제'를 대통령 보고 개헌안에 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소환제'의 시험모델이라 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가 순항 중에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주민소환제는 국민소환제와 유사한 제도다. 두 제도의 차이점은 소환대상이 국회의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이라는 점뿐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도입된 주만소환제를 통해 현재까지 8번의 주민소환투표가 진행됐다. 2007년 12월12일에는 하남시 의원 2명을 대상으로 소환투표가 진행돼 두 의원이 의원직을 박탈 당했다. 지방의회 역시 정당소속 의원들로 구성된다. 지방의회가 국회에 비해 정치적 민감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특정 정치세력이 소환제도를 오·남용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결과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개헌안이 정부발의 최종안은 아니다. 개헌안 발의권을 가진 문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자문안'으로 대통령이 개헌안에 담길 내용을 최종 확정해 발의할 예정이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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