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진의 밀리터리S] 배곯고 병 걸리는 논산훈련소..강한 군대 만들기 '공허한 구호'

박병진 2018. 3. 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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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 신병훈련소에 입대한 훈련병은 5주 훈련 기간 동안 가족과 통화할 수 있다.

지난 1월과 2월 유례없는 한파 속에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신병들은 훈련을 마친 뒤 냉수 샤워의 악몽을 겪어야 했다.

훈련병 부모와 가족들이 즐겨찾는 논산훈련소 홈페이지에는 "건강하던 아이들이 군에 들어가 열악한 환경 탓에 훈련 초기부터 병든다면 훈련 효과가 있겠느냐",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월급만 올리면 뭐하냐. 이런 기본적인 훈련 환경부터 개선하라"는 불만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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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낡아 한파에도 냉수 샤워/ 올초 절반 가량 감기·폐렴 걸려/ 막사 생활관은 콩나물시루 방불/"훈련 받기도 전에 병부터 들어"

요즘 군 신병훈련소에 입대한 훈련병은 5주 훈련 기간 동안 가족과 통화할 수 있다. 부모와 지인들은 자유롭게 인터넷 편지도 보낼 수 있다. 퇴소식 때는 부모가 직접 행사를 참관하기도 한다. 과거와는 다른 열린 병영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훈련소 생활 환경은 어떨까.

지난 1월과 2월 유례없는 한파 속에 논산훈련소에 입대한 신병들은 훈련을 마친 뒤 냉수 샤워의 악몽을 겪어야 했다. 그런 샤워도 2∼3일에 한 차례씩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샤워실은 한꺼번에 500여명을 수용했다. 자연스럽게 감기나 독감 환자가 속출했다.

지난 1월 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보낸 한 부모는 아들과의 통화에서 “14명 분대원 가운데 1명 빼고 모두 감기에 시달렸다. 심한 기침으로 시커먼 가래를 내뱉거나 피를 토하는 훈련병들이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8년 지어져 가장 노후화된 논산훈련소 27연대의 경우 1개 소대원 80여명 중에 30∼40명이 감기나 기타 질병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 냉수 샤워와 먼지 가득한 모포 등 열악한 병영시설로 감기와 폐렴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식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근 논산훈련소를 다녀온 한 부모는 “아들이 ‘굶주림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어묵 3점에 김치, 무생채 나물, 고춧가루 국에 밥이 평균 식단이다. 단백질 비율이 10% 미만으로 아무리 훈련량이 많아도 체형이 단단해지지 않는다’며 훈련소에서의 고충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심지어 화장실에는 피 묻은 휴지가 가득했다. 질이 떨어지는 거친 화장지가 보급된 때문이었다. 훈련 막바지 훈련병들이 익명으로 시설 개선 및 불만 사항을 개진하자 훈련소 측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일축했다고 한다.

훈련병 부모와 가족들이 즐겨찾는 논산훈련소 홈페이지에는 “건강하던 아이들이 군에 들어가 열악한 환경 탓에 훈련 초기부터 병든다면 훈련 효과가 있겠느냐”,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월급만 올리면 뭐하냐. 이런 기본적인 훈련 환경부터 개선하라”는 불만 목소리가 이어졌다. 갓 입대한 신병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군기를 잡는 것은 용인될 수 있다. 하지만 전근대적 훈련 환경은 분명 개선돼야 할 사안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논산훈련소 상황을 잘 아는 한 예비역 장교는 “시기적으로 1∼3월의 경우 대학 복학 시기 등과 맞물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훈련소에 과다 수용된다. 이러다 보니 논산훈련소 병영시설인 막사 생활관은 콩나물시루나 다름없다”면서 “특히 지은 지 오래된 구(舊)막사 생활관은 온수 시스템이나 침구 등 편의시설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대한민국 대표 신병훈련소의 현실을 지적했다. 16일 현재 논산훈련소 21개 생활관 중 15개가 구막사다. 1개 막사당 800∼900명을 수용한다. 가장 최근 지어진 생활관이 2009년 완공된 28연대 막사다.

“국방개혁 2.0의 비전은 한마디로 ‘강한 군대 건설’입니다. 싸우면 이기는 군대, 스스로 책임지는 군대, 국민이 신뢰하는 군대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6일 김윤태 국방부 군구조·국방운영개혁추진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방개혁 2.0의 추진 현황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군 신병훈련소는 강군 육성의 요람인 동시에 국민과 군을 연결하는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입대한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낯선 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며 군인으로서 기본소양을 다진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신병훈련소 환경 개선 없이 국방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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