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경남도의회, 3·4인 선거구 결국 쪼갰다

경남CBS 최호영 기자 2018. 3.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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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정당·시민사회 "난도질 당했다" 반발..도지사 권한대행에게 재의 요구
한국당이 다수인 도의회가 4인 선거구를 대폭 줄인 경남도 선거구 획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사진=최호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절대 다수인 경남도의회가 결국 '3·4인 선거구'를 쪼개 버렸다.

한국당 도의원들은 2인 선거구를 대폭 줄이고 4인 선거구를 늘리는 경남 시군의회 선거구 획정안을 무시하고 현행 수준으로 되돌려놨다.

◇ 4인 선거구 '14→4', 2인 선거구 '38→64'

도의회는 1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수정된 '경남도 시·군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표결끝에 통과시켰다.

김지수(민주당), 하선영(바른미래당) 도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섰지만 도의원 55명 가운데 48명인 한국당의 의지대로 관철됐다.

재석 46명에 찬성 41명, 반대는 김지수·김성훈(민주당), 하선영·전현숙(바른미래당), 안철우(무소속) 등 5명이다.

당초 경남도 시군의회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기존 2곳이던 4인 선거구를 14곳으로 대폭 늘렸다.

하지만 한국당은 4곳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2인 선거구로 쪼갰다.

3인 선거구도 32곳이었지만, 4곳을 줄여 28곳으로 만들었다.

'3·4인 선거구'가 대폭 쪼개지다 보니 2인 선거구는 38곳에서 64곳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총 선거구 수도 84곳에서 96곳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획정된 선거구(2인 62곳, 3인 31곳, 4인 2곳)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도가 제출한 관련 조례안을 수정한 뒤 표결 끝에 가결했다.

김성준 도의원(한국당)은 "획정안은 기초의원 1인당 인구수에만 초점을 맞춰 지역특수성이나 생활권, 교통, 지역정서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수정안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전현숙 도의원(바른미래당)은 "획정위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획정안을 만들었는데, 중대선거제를 살리는 대의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반발했지만, 한국당 도의원 7명 모두 수정 조례안에 찬성했다.

바른미래당과 무소속 등 2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소수 정당 관게자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도의회 현관 앞을 가로막고 항의하고 있다.(사진=최호영 기자)

◇ 소수 정당 도의원들 "한국당 횡포, 도민들이 심판해 달라"

소수 정당 도의원들은 강한 불만과 실망을 드러냈다.

여영국 도의원(정의당)은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한 뒤 퇴장했다.

여영국 도의원(정의당)은 신상 발언을 통해 "전국적으로 큰 오명을 낳았던 2005년 '버스 날치기 선거구' 통과보다 더 심한 횡포를 한국당이 저질렀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 의원은 "공직선거법상 획정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그 법률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이라며 "결국은 기득권 지키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게임 규칙이 아니라 부정한 규칙을 정하는 이 자리에 들러리가 되지 않기 위해 퇴장하겠다"며 "도민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을 심판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도의원들은 "말 똑바로 해, 그만해, 예의를 지켜라"고 소리를 지르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여 의원은 "비아냥 거리지 말아 달라. 심판은 도민들이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하선영 도의원(바른미래당)도 5분 자유발언에 나서 "한국당은 전혀 설득력 없는 논리로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선거구 획정안을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자는 도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퇴행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며 "소수 의견을 담아내지 못하는 현 선거구제 아래서 한국당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사심을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을 위한 경남운동본부는 "획정안이 난도질 당했다"며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최호영 기자)

◇ 한국당 도의원들 '야간 등원'..."획정안 난도질 당했다" 반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소속 도의원들은 전날 밤부터 도의회 입구 앞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며 저지에 나섰다.

한국당 도의원들은 이들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등원이 저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야간 등원'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자들과 몸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등원에 성공한 40여 명의 한국당 도의원들은 도의회에서 밤새 대기했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을 위한 경남운동본부는 조례안 통과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크게 반발했다.

경남본부는 "선거구 획정위는 정당 및 다양한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안을 만들었다"며 "그럼에도 한국당은 획정위 안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획정안을 만들어 강행처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다수당의 횡포"라며 "도민의 의사가 무시 당하고 민주주의가 유린되는 참혹한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남본부는 "도지사 권한대행은 난도질 당한 선거구 획정 안에 거부해야 한다"며 "법적 조치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 한국당의 만행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운동본부 대표자 등이 도지사 권한대행을 만나 조례안을 재의해 달라고 요구했다.(사진=최호영 기자)
경남본부 대표자 등은 이후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을 만나 "조례안 재의를 통해 바로 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 대행은 "선거구 획정위가 합리적인 안을 도출했다"며 "도의회에서 심의, 의결한 부분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도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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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4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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