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영부인에서 뇌물 수수 피의자로?"..김윤옥 여사의 운명은

정윤식 기자 2018. 3.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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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원의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아 온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제(14일)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퇴임 뒤 1,844일 만의 일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10시간째 검찰 조사를 받고 있을 때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 영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거액의 뇌물이 전달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소식이 SBS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겁니다.

김윤옥 여사는 1970년 이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영부인이 됐던 인물입니다. 같은 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뒤 한식세계화추진단의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며 남편을 돕기도 했습니다.

김윤옥 여사는 그러나 하루아침에 전 영부인에서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김윤옥 여사가 직접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돈의 규모는 5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혐의가 인정되면 9년에서 1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고 가중되면 11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는 액수입니다.

■ 김윤옥 옥죄는 돈…출처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불법 정치자금을 준 것으로 지목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이 보고 있는 돈은 모두 22억 5천만 원입니다. 검찰은 이팔성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8억 원,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당시 변호사에게 14억 5천만 원을 전달했다고 기록한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상주 씨는 이 전 대통령 부부의 장녀 이주연 씨와 결혼한 첫째 사위로 현재는 삼성전자 전무로 재직 중입니다.

이상주 씨는 당초 검찰 조사에서 8억 원을 이 전 회장에게 받아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만 인정해왔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돼 있는 14억 5천만 원은 모르는 돈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이상주 씨는 지난 11일 검찰에 다시 소환된 뒤 나머지 14억 5천만 원의 일부를 장모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술을 바꾸게 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위가 자백한 만큼 검찰은 이 전 대통령도 이 사실을 알고 있거나 실제 돈을 전해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14억 5천만 원 가운데 3억 원이 전달된 시기가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이고 이팔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직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성공해 뇌물죄의 대가성 입증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이 돈을 이 전 대통령의 여러 가지 뇌물 혐의 가운데 수사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혐의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김윤옥 여사 명품 가방 받았다가 돌려줬다"…계속되는 폭로

전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와 관련된 의혹은 MB 수사 초기부터 줄곧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 1월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김 여사 측에 전달됐다는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진술까지 나왔습니다. 김 전 실장은 2011년 미국 순방을 앞두고 미화 10만 달러를 김 여사를 보좌하는 행정관에게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거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이 김윤옥 여사가 2007년 대선 막판에 엄청난 실수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졌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로 김 여사가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한 신부와 사업가에게서 명품 가방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의혹은 구체화 됐습니다. 지난 14일 미주 한국일보는 가방 전달 당사자로 지목된 김 모 신부를 인터뷰해 한 사업가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돌려줬다 받은 것은 맞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모르는 일" 부인하는 이명박…"김윤옥 직접 조사 불가피" 커지는 목소리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건넨 22억 5천만원 가운데 5억 원이 김윤옥 여사에게 건네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5억 원 가운데 일부는 이팔성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나머지는 이 전 회장이 직접 줬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돈을 포함해 이팔성 전 회장이 건넨 22억 5천만 원 대부분이 성동조선으로부터 받은 돈이라는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성동조선은 지난 2008년 경영위기 이후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8년 동안 3조 2천억 원을 투입하면서 최근까지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은 당시 성동조선 채권단에 수출입은행 외에 우리금융지주 산하의 우리은행이 있었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과 우리은행 관련 로비 명목으로 이팔성 전 회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돈이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러나 아내의 금품 수수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이 이팔성 전 회장과 연루된 김윤옥 여사의 불법 자금에 대한 문답을 진행했지만 이 전 대통령 본인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 부부의 첫째 사위인 이상주 씨 측 역시 이런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 여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은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진술한 적 없는 내용을 검찰 측이 언급했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김윤옥 여사의 뇌물 수수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김윤옥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다수 나오고 있는 형국입니다. 남편에 이어 김윤옥 여사도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단독][김윤옥 의혹①] MB 사위 "장모 김윤옥 여사에게 거액 전달" 진술 (03.14)
▶ [단독][김윤옥 의혹②] "이팔성 돈 일부 김윤옥 여사에"…조사 불가피할 듯 (03.14)
▶ [단독][MB①] "김윤옥에 5억 전달…성동조선 청탁 대가" (03.15)

정윤식 기자jy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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