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 작가 "우주처럼 다가온 아이와 한가족 사랑하고 싸우고, 남들처럼 살죠"

김나래 2018. 3. 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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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가족 이야기 담은 '너라는 우주를 만나' 출간한 작가 이야기
‘너라는 우주를 만나’의 저자 김경아씨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북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한국사회엔 입양한 부모를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진짜 친부모처럼 사랑하며 키울 수 있겠어’라고 바라보는 모순된 시선이 존재한다. 최근 발간된 ‘너라는 우주를 만나’(IVP)는 이런 편견에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맞서는 책이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북카페 ‘산책’에서 저자 김경아(48)씨를 만났다.

김씨는 큰딸 희연이 11세, 둘째 딸 희수가 5세일 때 생후 30일이 채 안 된 막내딸 희은이를 입양했다. 남편은 김종호 한국기독학생회(IVF) 대표다. 14년 전 바쁜 간사 활동 중에도 셋째를 원했다. 연세대 입학 직후부터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던 경아씨에게 셋째를 낳는 건 무리였다. 입양을 고민하던 중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떠난 IVF 대학생 제자의 죽음을 계기로 마음을 굳혔다.

“희은이와 처음 만난 날, 아이는 하나의 우주처럼 다가왔어요. 자기만의 과거·현재·미래와 자기만의 빛깔, 자기만의 아픔과 기쁨을 품고 있는 우주.” 그토록 신비로운 새 우주를 받아들면서 네 사람의 삶도 달라졌다.

가족은 처음부터 공개 입양을 택했다. 그는 세 딸을 데리고 입양가족 모임에 다녔다. 어느 날, 일곱 살이 된 희은이가 “낳아준 엄마가 내 생일을 기억할까요”라고 물었다. 옆에서 “슬퍼”라고 묻는 큰언니에게 희은이는 “그냥 궁금할 뿐”이라고 했다. 그리곤 “엄마, 입양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거네요. 낳아준 엄마는 자기 아이를 보내서 슬프지만, 우리는 입양 때문에 기쁘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런 희은이를 보며 입양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어졌다. 공부를 시작했고, 입양교육 강사가 됐다. 책을 쓴 것도 입양을 통해 한 아이라도 가족을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편견 가득한 막장드라마 탓에 사람들은 입양을 마치 친부모와 만나기 전 양부모가 잠시 데리고 사는 시간으로 여긴다. “드라마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낳아준 엄마가 나타나서 그동안 고마웠다며 데리고 가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해요.”
또 다른 편견 하나. 사람들은 세 딸을 정말 똑같이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말 잘 듣고, 저랑 코드 맞는 애가 좋아요. 어떨 땐 막내가, 다른 때는 둘째랑 잘 맞고, 첫째가 좋기도 하고. 가족관계에 ‘피 때문에 생기는 마법’ 같은 게 어디 있어요. 두 아이 키우면서 내 자식은 내 마음대로 되는 존재가 아닌 걸 진작 알았죠.”

희은이가 “난 이 집에 입양되지 말 걸 그랬다”고 해서 놀란 두 딸에게 “너희도 불만 생기면 ‘왜 나를 낳았어’ 하며 원망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라고 설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는 입양 가족도 보통의 가족과 다르지 않음을, 기쁘고 슬프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시간을 보내며 함께 커 나가는 것이 가족임을 깨닫게 한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누구보다 경아씨 자신이 많이 성장하고 달라졌다.

“내 인생에 이런 역전이 있을 줄 몰랐어요. 전업주부로 자존감이 낮은 채 살면서 오랫동안 하나님에게 삐쳐 있었어요. 몸이 너무 아팠고, 20년 넘게 응답되지 않는 기도를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자식 키워 보니 아이가 아픈 것도 싫던데 어떻게 하나님은 나에게 믿음 지킬 것을 요구하시냐고 했지요. 전 천국에 가서도 하나님에게 등 돌리고 삐딱하게 앉아있을 거라고요.(웃음)”

요즘 그는 섬유근통에 침샘, 눈물샘 등이 마르는 쇼그렌증후군까지 않고 있다. 활동에 늘 건강이 걸림돌이었지만 입양에서 이성문제, 성교육 강의 등으로 지평을 넓혀왔다. 남들이 입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을 선뜻 꺼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김경아씨의 세 딸 김희은 김희수 김희연. 셋 모두 자기만의 색채와 빛깔을 지닌 독립적 존재로 크고 있다. 김경아씨 제공

“만약 내가 안 아팠으면, 20~30대에 완벽주의 성향을 앞세워 일하다 과로사했을지도 몰라요(웃음). 돌아보니 완급조절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나이 들어 넓은 안목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저를 쭈그려 트려놓은 하나님의 넓고 깊은 뜻이 있었네요.”

초등학교 때 기계체조를 하던 희은이는 중학교에 들어와 양궁으로 종목을 바꿨다.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자기가 예쁘게 나온 사진을 써달라고 요구하는 당찬 여중생이 됐다. 어떤 부모로 남고 싶을까.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가 있어요. 세 딸 가운데 ‘바람’으로 존재하며 늘 ‘환대’하는 부모로 살고 싶어요.”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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