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침묵의 날' 24시간동안 인터넷 못쓴다

심윤지 기자 2018. 3.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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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도네시아 발리섬이 새해 명절인 ‘녀피’를 맞아 ‘인터넷 없는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는 13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열린 내각회의 직후 “녀피 당일인 17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통신사업자들에게 발리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공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발표했다고 자카르타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당국의 요청에 사업자 전원이 동의하면서 발리에서는 17일 하루동안 인터넷 사용이 전면 차단될 예정이다.

다만 일부 호텔이나 국방·항공·병원 등 공공서비스 영역에서는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전화나 문자메시지 사용도 정상적으로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최대 명절인 녀피(Nyepi)를 맞아 힌두교도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마데 파키스타 발리 주지사는 “녀피는 발리 사람들이 일과 여행으로부터 벗어나 조용히 자기를 반성하는 날이다. 이 기간에 인터넷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존중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녀피는 힌두교 사카 달력의 새해 첫날이자 발리의 가장 큰 국경일 중 하나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인도네시아 내륙과 달리, 발리섬에서는 주민의 약 85%가 힌두교를 믿는다.

녀피 전날까지는 각종 정화 의식과 전통 행사가 이어지면서 떠들썩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3~4일 전에는 해변에서 힌두교 신상(神像)을 씻어내는 ‘멜라스티 의례’가, 전날에는 거대한 악령 인형을 만들어 행진한 뒤 불태우는 ‘오고오고 퍼레이드’가 열린다.

그러나 녀피 당일이 되면 발리 시내에 고요가 찾아온다. 이날 발리의 힌두교도들은 가족들과 함께 집에 머물며 명상과 참회의 시간을 보낸다. 노동과 여행, 오락 행위 등은 금지된다. 거리의 악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을 피우거나 조명을 키는 행위도 제한된다. 녀피가 ‘침묵의 날’로 불리는 이유다.

‘침묵의 날’로 불리는 녀피 당일 ‘페칼랑’이라 불리는 경호요원들이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당국도 녀피 분위기 조성에 나선다. 공항과 상점은 문을 닫고, 라디오와 TV 등 방송매체도 송출이 중단된다. 해변과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지 감시하는 경비원 ‘페칼랑’들이 돌아다닌다. 이같은 전통은 관광객들에게도 예외가 없어, 녀피 당일에는 호텔에만 머물러야 한다. 지난해에도 최소 4명의 관광객들이 녀피 당일 시내를 거닐다 견책 등의 처분을 받았다.

발리에서 녀피 당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초 발리종교위원회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결정이 내려졌다. 종교계는 지난해에도 인터넷 차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힌두교 협회는 “많은 힌두인들이 핸드폰에 중독돼 있다”며 “녀피 기간 동안이라도 조용히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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