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교육비 19兆 육박.. 학생수 줄어도 2년째 늘어

유소연 기자 2018. 3. 1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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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1인당 月 27만원.. 사상 최고치.. 예체능 사교육비도 9.9% 증가
수능 영어 절대평가 '풍선 효과'.. 영어 비용은 줄고 국어·수학 늘어

지난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7만 1000원으로 2007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5.9%(1만5000원)나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 규모도 2년 연속 상승했다.

교육부·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17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18조6000억원이다. 학생 수는 2016년 588만명에서 지난해 573만명으로 15만명가량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더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비 총액은 2009년(21조 6000억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줄어들다 2016년 7년 만에 반등했고 올해는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예체능 사교육비 크게 증가

교육부는 "예체능 사교육비가 늘어나 전체 사교육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교과 사교육비(13조 6000억원)는 전년 대비 소폭(0.6%) 는 데 반해, 예체능과 취미·교양 사교육비(5조원)는 9.9% 늘었다. 예체능 사교육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중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특히 초등학생 1인당 월 10만7000원이 들어 중·고등학생보다 예체능 사교육에 쓰는 비용이 높았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예체능 사교육 증가는 입시 제도 영향이라보다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라고 봐야 한다"며 "학생들의 체육 활동도 예전에는 운동장에 모여 축구를 했다면, 요즘은 축구 클럽에 들어가 사교육을 받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수준이 올라가면서 예체능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과 학부모의 예체능 교육 수요에 맞춰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 공교육에서 예체능 사교육을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풍선 효과' 현실로

교과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영어 사교육비 총액은 5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3억원(2.2%) 줄었다. 하지만 수학과 국어는 0.6%, 11%씩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018학년도 수능 영어부터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영어 사교육이 줄어든 대신 다른 과목 사교육이 늘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어 1등급 학생들은 전략적으로 국어나 수학 성적을 올려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수학보다는 성적 올리기 쉽다고 판단되는 국어 사교육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제영 교수는 "수능에서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를 하면 나머지 과목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결과가 생긴다"며 "이런 부분은 초·중고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초등학생과 중학생들도 국어·수학 사교육에 더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전체적인 사교육비 규모는 줄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현재 입시 제도에서는 내신과 학생부 수능 모두 챙겨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이 줄어들기 힘들다"고 했다. 임성호 대표는 "학교에서 하는 '내신' 공부가 '수능' 대비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 밖 사교육에 의존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뀌고 수능 개편이 예고되는 등 입시제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학부모 불안 심리는 더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과거 정부는 사교육을 잡겠다면서 선행학습금지법을 도입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였는데, 이번 정부는 그런 메시지가 전혀 없다"면서 "또 정권이 바뀌면서 교육 정책은 바뀐다고 하니 불안한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더 많이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27만1000원이라는 수치가 현실에 맞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과목만 과외를 시켜도 30만~40만원이 넘는데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가 사교육을 받는 학생(70.5%) 외에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29.5%)까지 포함해 전국적으로 평균을 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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