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기부 "홈앤쇼핑 대표 해임을" 월권 논란

안병준 2018. 3.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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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사장 사퇴 거부
대표이사 해임 이사회 요구..사외이사에 전화 걸어 압력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업체인 홈앤쇼핑이 난데없이 정부의 부당한 인사·경영 간섭 논란에 휩싸였다. 법적 관리감독권도 없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이 회사 사외이사들에게 강남훈 대표이사 해임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종용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대주주(32.93%)인 민간 기업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홈앤쇼핑 사외이사 3명이 돌연 대표이사 해임을 안건으로 들고나와 이사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기벤처부 공무원이 사외이사들에게 직접 전화해 "강 대표 해임 안건을 다루기 위한 이사회 소집 요청서에 사인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중 주요 주주인 중소기업유통센터와 농협경제지주 등 추천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외이사 3명이 이사회 소집 요청서를 지난 8일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강 대표가 소집 통지에 해임 사유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근거로 이사회 소집을 반려했다. 그러자 이번엔 중기벤처부 산하 기관인 중기유통센터가 일방적으로 21일 이사회를 개최하겠다는 문자를 돌렸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이사회 소집은 이사의 권한인데 소집 권한이 없는 중기유통센터에서 개최 통보를 한 것은 법률상 무효라는 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분 22%나 되는 소액주주들이 정부가 홈앤쇼핑에 경영 간섭을 시도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파문이 커지는 모습이다.

중기유통센터 관계자는 확인 요청에 "우리 추천 몫인 사외이사가 통보를 부탁해서 대신 문자로 보냈는데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사외이사가 다시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현재는 사외이사 3명이 다시 이사회 소집 통지서를 13일에 제출한 상황이다. 중기벤처부 공무원에게 이사회 소집 요구 전화를 받았다는 한 사외이사는 "홈앤쇼핑 주무 관청도 아닌 중기벤처부가 뚜렷한 사유도 없이 민간 기업의 인사와 경영에 간섭하는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는 민간 기업을 공영화하겠다는 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분 32.9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자회사인 중기유통센터(15%), IBK기업은행(15%), 농협경제지주(15%)가 주요 주주다.

중기벤처부의 간섭이 계속되자 홈앤쇼핑은 이미 '상법에 근거한 민간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법률적 검토를 끝낸 상태다. 중기유통센터와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이지만 이들이 출자한 사실만으로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고, 특히 보유 지분을 합해 30%에 불과해 공공기관 지정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이 홈앤쇼핑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주무 관청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며 중기벤처부의 간섭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한 소액주주는 "강 대표에 대한 해임 사유가 명확하다면 이를 밝혀야 하지만 그런 것도 없이 쉬쉬하고 있다"며 "이미 시중에는 후임 사장으로 홈쇼핑 업계 경력이 없는 관료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마저 들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경영 성과가 좋은 홈앤쇼핑을 장악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으며 이는 소액주주들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앞서 중기벤처부는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직접적인 규제 감독기관이 아님에도 홈앤쇼핑 감사위원회에 참여하겠다고 나섰다가 민간기업 감사 권한이 없어 무산된 바 있다.

또 2016년에는 중기벤처부가 중기중앙회에 대해 감사를 벌이면서 "홈앤쇼핑이 SM면세점 지분 처분을 놓고 헐값 매각을 했다"는 이유로 중기중앙회장에게 강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등 심한 마찰이 계속돼왔다.

홈앤쇼핑은 개국 첫해인 2012년에 취급액 7068억원, 영업이익 211억원 등 성과를 올렸으며, 5년 차인 2016년에는 2조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을 일궜다. 또 홈쇼핑 후발 주자라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 홈쇼핑사들보다 빨리 모바일 유통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중기벤처부 관계자는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확인 요구에 "홈앤쇼핑 사외이사들이 강 대표 해임안을 다루기 위한 이사회 소집 움직임에 대해서는 동향을 파악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나선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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