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 특이점,블랙홀 이론..스티븐 호킹이 남긴 학문적 업적들

김진호 기자 2018. 3. 14. 1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등과학원 제공

 

별이 지다.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14일 별세했다. 그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뒤를 이은 가장 저명한 물리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근위축성축삭경화증, 이른바 루게릭병으로 모든 근육이 마비돼 움직일수 없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우주와 양자 중력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호킹 박사는 빅뱅 이전의 우주의 모습과 블랙홀과 같은 우주물리학계의 거대 담론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가 밝힌 우주의 이야기, 특이점과 블랙홀이란 키워드를 붙잡고 쫓아가 보자.
 

빅뱅 이전, 호킹이 말한 우주 특이점에 대하여

순간의 번쩍임, 대폭발이라 불리는 빅뱅(Big Bang)이 있기 전을 ‘태초’라 부른다. 우주가 생기기 전, ‘즉 태초에는 어떤 상태였을까?’라는 물음은 많은 우주론 연구자의 마음을 심란케 만들었다.

빅뱅우주론에서 태초는 무한대의 밀도와 온도를 가진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1966년 호킹과 이론물리학자 로저 펜로즈는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여기서 특이점이란 물리학의 모든 법칙이 전혀 맞지 않는 시공간으로 블랙홀 한 가운데와 같은 곳이다. 빅뱅우주론을 받아들인 연구자들조차도 태초가 시공간의 특수한 점이라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1983년 무경계 우주론을 제안해 특이점에 대한 설명을 내놓은 것도 호킹이었다. 호킹은 태초보다 10분 전의 시간에 대해 묻는 것은 '지구의 북극에서 북쪽으로 1km 떨어진 지점이 어디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풀이했다. 사실 북극에서는 북쪽이라는 방향이 없다. 단지 우리가 지구 표면에 적도를 정하고 동서남북을 정의했고 있을 뿐, 실제로 방위개념이 없는 상황이라면 북극에 서있는 사람에게 동쪽이나 서쪽 또는 남쪽으로 이동하라는 것은 무의미한 요구가 된다.

호킹에 따르면 태초의 특이점에 대한 물음도 이와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우주가 특이한 조건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태초라는 경계조차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우주는 저절로 태어나 지금처럼 진화했으며, 우주의 공간 역시 지구 표면처럼 부피는 유한하나 경계가 없는 상태가 된다.

그의 무경계 우주론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빅뱅 폭발의 짧은 순간(10-43초동안의 플랑크 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구상처럼 모든 힘과 입자가 하나가 됐던 당시의 순간을 설명할 과학적 언어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블랙홀에서 물질을 모두 빨아들이는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을 나타낸 그림이다.-과학동아 제공

 

몇번의 수정을 거친 블랙홀 이론, 호킹 복사에 대하여

특이점 정리(1960년대)와 무경계우주론(1980년대)을 내놓는 사이의 시간인 1970년대 호킹이 전념했던 연구는 블랙홀이다. 호킹은 특이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으나 여전히 빅뱅의 순간을 포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연히 우주에 존재하는 블랙홀로 그의 관심이 옮겨 갔다. 특이점의 상황이 블랙홀에 중심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의 영향으로 에너지인 빛이 휘어진다. 중력이 너무 클 경우, 빛이 너무 많이 휘어서 빠져 나올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이론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가 예측됐으며, 이는 수십년 전 실제로 확인됐다. 그리고 블랙홀에서 모든 물질이 빠져나올 수 없는 경계면을 ‘사건의 지평선’이라 부른다.

호킹은 지난 1975년 엄청난 중력으로 빛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빨아들인다고 설명되고 있던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양자역학적 효과 때문에 블랙홀 주변의 진공 상태에선 입자와 반입자 쌍이 끊임 없이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듭하게 된다. 이러한 요동으로 인해 블랙홀이 입자를 내뿜으며 질량과 에너지를 잃어버릴 수 있으며, 결국 블랙홀이 증발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때 나오는 빛입자(에너지)를 ‘호킹 복사’라 부르고 있다. 호킹 복사로 인해 블랙홀은 궁극적으로 완전히 증발해 사라지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2004년 7월 호킹은 스스로 블랙홀 이론을 수정했다. 양자역학적 원칙은 정보는 완전히 소멸될 수 없으며 에너지는 보존돼야한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호킹의 블랙홀 이론에서는 정보(입자 등)가 블랙홀 속 특이점으로 빨려들어가 그 속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양자역학적 기본 원칙과의 모순이 생긴 것으로 과학자들 간 많은 논쟁이 생겨났다.

이후 호킹복사와 양자역학의 기본 원칙을 모두 만족하는 다양한 가설이 제시됐다. 호킹 복사로 블랙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우주가 탄생한다는 가설, 물질이 블랙홀로 들어가면 정보는 사건의 지평선에 남겨둔다는 가설 등이다. 아직 만족할 만한 해답은 제시되지 않았다. 수정된 이론을 통해 호킹은 블랙홀도 양자역학의 기본원칙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10년 뒤인 2014년 호킹은 이를 재차 수정했다. 블랙홀에는 물질을 빨아들이는 사건의 지평선 조차 없으며, 블랙홀에서 양자역학을 위배해 정보를 잃은 입자가 나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양자중력이론, 초끈이론들이 발전하며 호킹의 블랙홀이론과 충돌하고 있지만 아직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상태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