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좋은 배우에 대한 고민, 답 찾으면 일 그만둘 수도" [인터뷰]

이채윤 2018. 3. 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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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 / 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소지섭 / 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채윤 기자] "'멜로퀸' 손예진 씨 덕분에 '멜로킹'이 된 것 같아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제작 무비락)를 통해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소지섭. 최근 카리스마 넘치고 남성적인 연기를 펼친 그는 따스한 봄날에 어울리는 멜로 영화로 돌아와 부드러운 매력으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것을 예고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년 후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기 힘든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과 아들(김지환)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이치카와 타쿠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소지섭은 아내 수아가 떠난 후 어린 아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만 떠난 아내를 향한 진한 그리움과 순애보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우진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다. 머릿속으로 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모습이 상상도 안 되고 이미지가 안 떠올라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확신이 안 드는 상태에서 들어가면 작품에 민폐지 않나. 그래서 고민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이 너무 아깝더라. 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이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탓에 이번에는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소지섭은 "최근에 했던 작품을 보면 상황이 힘든 것도 있고 몸이 힘든 것도 있고 연기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런 게 거의 없었다"며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이 따뜻하고 먹먹한 느낌이 좋았다. 원작이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지 않았나. 우리 영화는 일본 영화보다 책에 더 가깝다.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하고 수정했는데 그런 부분을 재미있게 봤다"며 끌렸던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아이 아빠를 연기하는 것은 베테랑 연기자인 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소지섭은 "아이 아빠 역할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이랑 장시간 촬영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다"며 "우진 역할을 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고민은 '과연 내가 아이와 있는 게 자연스러울 것인가?'였다. 처음 영화를 볼 때도 그걸 집중적으로 봤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환이가 연기 경험이 처음인데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더라. 나도 과연 아들이 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며 "아빠 역할을 하면서 감독님이 도움을 많이 줬다. 현장에 감독님 아내 분과 아이들이 자주 놀러 왔는데 감독님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극 중 우진은 고등학생 때부터 수아를 짝사랑하며 말조차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겨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순수하고 순애보적인 마음을 간직한 인물이다. 소지섭 또한 우진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은 우진과 비슷하다. 난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고 부족하기도 하고 엉성하다. 또 연애할 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도 비슷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하면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뜸 들이다 놓치기도 한다. 내가 연애할 때까지만 해도 손 한번 잡기가 힘들었는데 실제로 손 잡을지 말지 고민만 하다가 집에 간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소지섭은 2001년 방송된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남매로 호흡을 맞춘 손예진과 17년 만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재회했다. 그 사이 영화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에서 '멜로 장인'으로 등극한 손예진과 연인 호흡을 맞춘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예진 씨가 '멜로퀸'이지 않나. 주변에서도 많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나도 덕분에 '멜로킹'이 된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며 "손예진 씨는 연기를 잘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배우다. 예진 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동안 멜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컸던 탓일까. 소지섭은 인터뷰 내내 멜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오랜만에 멜로 작품을 하면서 따뜻한 기분으로 촬영한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며 "나는 늘 멜로 영화를 찍을 때 '다시 안 만들어질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 좋은 시나리오도 없고, 시장도 작고 관객 분들이 멜로를 안 보다 보니까 멜로 작품을 할 때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꾸준히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멜로 장르를 한정하는 게 아니라 유독 멜로만 뒤쳐지는 것 같아서 다시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간절한 속내를 드러냈다.

어느덧 20년 차 배우가 된 소지섭. 그는 아직도 자신이 좋은 배우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한다고.

소지섭은 "나를 롤모델을 삼은 후배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난 내가 좋은 배우인지 잘 모르겠다. 좋은 배우에 대한 고민을 늘 하지만 답은 없는 것 같다. 만약 답을 찾는다면 이 일을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편"이라며 "내가 돋보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나와 같이 했던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좋은 기운을 내뿜는 사람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채윤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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