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김태호 PD의 풍자 자막.. <무도> 레전드5
[오마이뉴스 권진경 기자]
2005년 4월 <토요일>의 한 코너로 출발한 <무모한 도전>은 이후 김태호 PD가 <무모한 도전>의 2기 격인 <무리한 도전> 연출에 참여하며,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이어졌다. <무모한 도전> 당시 MBC의 모든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적은 제작비를 자랑하며, 황소와 줄다리기, 목욕탕의 물을 배수구보다 빠르게 바가지로만 퍼내기, 불도저가 버스를 굴릴 때 소형 승합차를 굴리기, 전철과의 100m 달리기 대결 등 지금 봐도 황당한 미션들을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 쳤던 출연진들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무한도전>의 초심으로 소환된다. <무모한 도전> 당시 연탄 옮겨 쌓기 대결 미션에서 게스트로 참여했던 차승원의 예능 흑역사로 회자 되기도 한다.
2006년 8월에 방영한 '뉴질랜드 특집'은 헝그리 정신을 앞세우며 프로그램 제작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던 <무한도전>이 최초로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며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한 특집이다. 함께 뉴질랜드로 여행온 멤버들이 모닥불 앞에서 캠프파이어 하는 것처럼 롤링페이퍼를 돌리고,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무한도전>의 강점으로 꼽히는 가족같은 관계를 만들어준 특집으로 평가된다.
정상급 예능으로 올라선 후 <무한도전>은 에어로빅, 봅슬레이, 카레이싱, 레슬링, 조정 등 많은 연습과 준비 시간이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단행한다.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봅슬레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무한도전> 때문에 봅슬레이라는 경기 종목을 알게 ?을 정도로 2009년 방영한 <무한도전-마지막 1분> 특집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무한도전> 역사에 길이 남을 봅슬레이 특집의 시작은 비교적 소소했다. 봅슬레이를 소재로 한 영화 <쿨 러닝>을 인상깊게 본 노홍철의 제안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봅슬레이를 시작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결국 2009년 1월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에이스인 전진, 정형돈의 부상과 노홍철의 갑작스러운 귀국으로 인해 봅슬레이 경기는 난항을 겪게 되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멤버들의 투혼은 '마지막 1분'이라는 부제와 더할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감동을 선사했다.
멤버들간에 동료, 가족 그 이상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하는 <무한도전>은 그 이점을 이용하여,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회사원으로 분해 꽁트를 벌이는 '무한상사' 시리즈를 꾸준히 이어갔다. '무한상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명장면을 언급하자면 지난 2013년 4월에 방영한 레 미제라블 패러디이다.
정리해고를 전면에 다루기도 한 당시 '무한상사' 특집은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대표곡 '내일로(One day more)'를 개사하여 정리해고를 앞둔 직장인들의 불안과 갈등,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노래하여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극중 정리해고를 당한 정준하를 배경으로, 뮤지컬 배우인 홍종호가 특별 출연하여 고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부르며 정리해고의 아픔을 여실히 담아냈다.
<무한도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특집이 가요제이다. 2009년 '강변대로 듀엣 가요제'를 시작으로 2년마다 개최한 <무한도전> 가요제는 '냉면', '영계백숙', '바람났어', '말하는대로' 등 여러 히트곡을 탄생시켰고,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정재형, 10cm, 혁오가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가요제에 이어, <무한도전>은 지난 2014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을 제작해 김건모, 엄정화, 터보, 지누션, 소찬휘, 쿨, 김현정, 조성모, S.E.S., 이정현 등 90년대 최고 인기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으며,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흥겨운 축제를 벌인 바 있다. 그 여세를 이어 <무한도전>은 2016년 '토토가2-젝스키스' 편을 만들었고, 지난 2월에는 90년대 최고 아이돌로 각광받은 H.O.T.까지 <무한도전> 스핀오프 버전인 <토토가3-H.O.T.>로 재결합 무대를 가진 바 있다.
H.O.T., 젝스키스 등 90년대 인기 아이돌들의 <무한도전>을 통한 연이은 재결합은 <무한도전>이 대중문화에 갖는 막강한 파급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지난 13년간 시청자들과 함께 웃고 울은 <무한도전>은 단순히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대한민국 트렌드를 이끌고 문화를 선도 했던 독보적인 방송 콘텐츠였다. 31일 종영을 앞둔 <무한도전>의 끝이 아쉽게 다가오면서도, 그동안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예진도 '흑역사'가.. 소지섭과 "울지 말자" 약속한 사연
- 박해진이 털어놓은 그의 과거사.. 그에게 <치인트>란?
- 중계만 했더라도.. 우리가 놓친, 패럴림픽 감동의 장면
- 작가들의 호소, "우린 필요 없으면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 '살인자'라 비난받은 제약회사, 그럴 만한 이유 있었다
- 조재현-박재동 물러나고.. 영화제 쇄신할 위원장 누가 될까
- 미투가 진보 분열을?.. 임순례 감독 "대단히 우려스럽다"
- 한국 힙합은 여성혐오-돈 자랑뿐? 이 프로그램을 보라
- 김연경, 왜 분노했나.. 현직감독도 경악한 '차별 조항'
- 월급은 쥐꼬리에 토사물까지 치우고.. 이게 청춘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