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소지섭 "진짜 사랑하면 가슴이 먼저 뛴다"

한해선 기자 2018. 3. 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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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멜로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에서 깊은 순애보를 지닌 우진을 연기하자, 배우 소지섭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생각이 한층 깊어졌다.

배우 소지섭 /사진=피프티원케이

1995년 한 패션브랜드 전속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도 어느덧 청춘스타를 훌쩍 넘어섰다. 그리고 이제 ‘사랑 이야기’는 꽤 담담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섞어 실제 경험담을 밝히는 그에게서 한결 친숙함이 느껴진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과거의 범접하기 어려운 시크함보다 다정다감함과 인간미가 풍겼다. 전보다 부쩍 자기 얘기를 술술 터놓을 줄 아는 그에게서 어느 정도 살가움도 느껴졌다.

이전보다 낯가림이 덜 해졌다는 반응에 소지섭은 “한국에서 주연을 맡는 사람들은 부담감, 책임감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고 나서 내가 말수가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며 “지금도 낯가림은 있다. 나는 늘 똑같고 불편함이 없는데 상대방이 변했다고 느끼더라. 그게 좋은 방향은 아니라는 걸 어느 순간 느꼈다. 이제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보단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촬영하며 아이 때문에 ‘결혼’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는 소지섭은 “지금 결혼해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아이와 몸으로 놀아줄 수 있을까 싶다”고 반 농담을 하며 “모든 세팅이 다 되고 10분 내에 촬영했는데 작은 아이가 부서질 것 같아 잘 안지도 못하겠더라. 조그마한 생명이 있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결혼은 혼자서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결혼은 타이밍이라는데 아직 나는 타이밍을 못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배우 소지섭 /사진=피프티원케이

학창시절 짝사랑으로 시작해 뜨겁게 연애 하고 결혼에 골인한 수아(손예진)와 우진(소지섭). 우진은 수아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아들 지호와 평생 수아의 빈 자리를 지킨다. 촬영하며 실제로도 첫사랑 생각이 많이 났다는 소지섭은 “생각이 안 날수가 없다. 손잡고 첫 키스 하는 장면에서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사랑할 땐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편이다. 우진과 수아처럼 첫사랑이 결혼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한편 지나갔던 사랑은 후회가 있기 마련인 것 같기도 하다. 쿨해 질 수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는데 안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각종 ‘썸’과 ‘인스턴트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의 사랑 형태에 ‘진정한 사랑’이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소지섭은 “있다. 분명히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우진과 수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인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사랑에 있어서 ‘계산’이 들어가는 순간 잘못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최선을 다해 사랑한 것 같다. 진짜 사랑하면 가슴이 먼저 뛴다. 그런데 요즘엔 시대적으로 사랑하기 힘든 구조이기도 하다”고 우진 같은 면모를 드러냈다.

결혼 질문에 “해야죠”라고 시원하게 대답하면서도 소지섭은 “누구한테 부탁하지 않으면 만날 일이 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 속 가장으로서 성장하는 우진에 대해서는 “실제로 아이를 몰랐다가 이번에 아이와 있는 게 너무 좋아졌다. 사람, 가족에 대해서도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 감독님께서 ‘사랑하는 사람은 옆에만 있어도 좋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앞으로는 사랑을 할 때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싶다. 싸우는 건 다 자기 쪽으로 당기기만 해서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소지섭 /사진=피프티원케이

데뷔 24년차 소지섭은 현재 자신의 입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계속 방향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계속 올라가고 있다기보다 천천히 내려가는 느낌이 든다. 잘 내려가고 싶다. 나는 더 이상 유명해지는 것도 인기가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그저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또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내려간다’는 뜻밖의 대답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더 이상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끝이 안 보일 것 같더라.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꼭 주인공을 해보고 싶지는 않다. 작은 역할을 내가 해보고 싶다고 선택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비중이 늘어나 있던 적도 있다. 지금도 캐릭터가 좋으면 비중은 상관없다. 초반엔 솔직히 돈을 벌고자 연기했다. 그러다 나중에 연기가 재미있어 지더라. ‘발리에서 생긴 일’ 때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미안하다 사랑하다’ 때부터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본격적으로 들었다.”

그가 바라는 변신은 무엇일까. 소지섭은 ‘이유가 정확히 있는 악역’에 욕심을 내고 있다. 촬영할 때는 힘들지라도 연기 면에서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드라마에선 멜로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연기 외적으로는 제작과 힙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뒤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내가 앞에 나서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데 뒤에서 무언가 하는 걸 좋아한다. 연출은 관심도 없고 자신도 없는데 제작은 오히려 욕심이 있어서 아이디어를 찾으려 노력한다. 다양한 장르를 찾고 준비하고 있다. 예전만큼 빠져있는 건 아니지만 랩도 아직 좋아하긴 한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좋아하고 운동할 때 힙합을 많이 듣기는 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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