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후폭풍]②하나銀 특별검사는 신호탄?..'사정 칼날'에 숨죽인 금융권

박종오 입력 2018. 3.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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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하나금융에 검사 15명 투입
원장 사퇴 부른 의혹 결자해지 나서
신고 대상도 제2금융권까지 확대
檢에 넘긴 22건, 고위 임원들 연관
"단순 인사 추천까지 비리 포함 땐
걸리지 않는 은행 한곳도 없을 것"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채용 비리 문제로부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번에 화약고를 제대로 건드린 셈입니다.”

한 민간 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털어놨다. 은행 특혜 채용 관여 의혹이 불거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전격 사퇴를 계기로 금융권에 인정사정없는 채용 비리 사정(司正) 바람이 불리라는 것이다.

이런 걱정은 현실이 되고 있다. 첫째 타깃은 최 원장 사임의 직접적 발단이 된 하나금융이다.

◇금감원, 하나금융 채용비리 특별 검사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철저한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를 촉구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 지적을 들으며 종이에 메모하고 있다. 그는 “(사퇴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채용 비리 의혹은) 하나은행이 아니면 확인이 어려운 사실”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채용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발본색원해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사진=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


당장 금감원이 칼을 다시 뺐다. 특별 검사반을 구성해 13일부터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채용 비리 재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인력 15명 내외를 투입해 다음달 2일까지 20여 일간 인사 자료를 샅샅이 털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금감원 채용 비리 검사를 받는다. 검사 종료 2개월 만에 같은 문제로 재검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차이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검사 때는 하나은행의 2015~2017년 인사 자료를, 이번 검사에서는 2013년 자료를 파헤치기로 한 점이다.

2013년은 최흥식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며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입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받은 시기다. 금감원이 원장 사퇴를 부른 의혹의 시비(是非)를 자기 손으로 가려내겠다는 취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나은행 채용 전반을 철저하게 사실이 확인되도록 하겠다”면서 “검사 인력과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확실히 조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나금융은 ‘괘씸죄’도 걸려 있다. 최 위원장은 “(최흥식 원장의 채용 비리) 제보가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하나금융) 경영진들도 제보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 추론”이라고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문제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은 하나금융 측이 최흥식 원장 비리 의혹을 까발리며 당국에 이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감독 당국이 피감독기관에 휘둘리면 향후 감독·검사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렸다.

◇2금융권도 겨냥…‘단순 추천’ 포함시 핵폭탄될 듯

떨고 있는 것은 하나금융 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은행 11곳의 채용 비리 검사를 끝내고 하나은행을 비롯한 KB국민은행,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JB광주은행 등 5개 은행 채용 비리 의심 사례 22건을 적발해 검찰에 자료를 넘겼다. 검찰도 지난달 초 수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검사에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박재경 BNK금융지주 사장 역시 지난 8일 부산은행 채용 비리 의혹에 엮여 구속됐다. 2015년 부산은행 신입 사원 공채에서 전직 국회의원 자녀를 부정 채용한 혐의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11월 채용 비리 문제로 사퇴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에 이어 은행권 고위 임원이 줄줄이 추가로 옷을 벗을 수 있다는 뜻이다.

2금융권도 채용 비리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 금감원이 지난달 8일부터 보험·증권·카드·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범위를 확대해 채용 비리 신고를 받고 있어서다. 신고 내용은 금감원 검사를 거쳐 수사 기관에 넘어갈 예정이다. 윤창의 금감원 부원장보는 “(2금융권 채용 비리 검사 결과도) 적절한 시기에 총괄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정 기관이 단순 인사 추천까지 문제 삼을 경우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은행 공채 때 임원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사람과 일반 공채 지원자 간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 맞춰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은 금융권의 관행”이라며 “인사 추천까지 채용 비리로 여긴다면 걸리지 않을 은행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이 통상 추천자가 있으면 공채 서류 전형을 면제해 준 듯하다”면서도 “처벌은 명확해야 하는데, 서류 전형 이후에도 필기시험이나 면접 등을 거치며 걸러질 수 있는 만큼 단순 추천에 의한 서류 전형 면제까지 수사 기관에 비리 혐의로 의뢰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검사 때도 기준 변경이나 점수 조작 등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 단순 추천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다. 최흥식 원장도 자신은 지인 아들을 추천만 했을 뿐이라며 결백을 주장해 왔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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