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NG선 띄운 새 환경규제..조선·해운에는 도전이자 기회

전병역 기자 입력 2018.03.14. 06:00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친환경 선박평형수 처리, 황산화물 배출 제한 청정해역 설정 같은 새로운 국제 환경규제가 조선·해운 산업에 도전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새 규제가 적용되면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는 ‘저유황유 사용, 배기가스 저감장치(스크러버) 설치, LNG 추진선으로 교체’ 같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이런 부담을 선사들이 모두 져야 할지, 배 주인인 선주들이 나눠야 할지도 문제다. 조선업체는 새로운 선박이나 엔진, 친환경 장치로 교체하는 수요가 늘어 사업에 도움이 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황산화물 배기가스 세정장치를 장착해 만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현대삼호중공업은 ‘황산화물 가스세정기’를 장착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건조해 13일 명명식과 인도서명식을 열었다. 원유 31만t을 싣는 원유운반선으로 길이 336m, 폭 60m, 깊이 30m 규모다. 특히 초대형 유조선에 국제해사기구(IMO)가 규제하는 황산화물 배출량을 감축하는 가스세정기가 장착된 것은 세계 처음이라고 현대삼호중공업은 밝혔다. 이 장치로 황산화물을 기존 3.5% 이상에서 0.5% 이하로 줄일 수 있다.

IMO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앞으로 관련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배럴당 60달러대로 오른 국제유가로 상징되듯 세계경기까지 호전되는 상황에서 환경규제는 조선·해운에는 부담이 되면서도 기회 요인도 된다.

일단 해운사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2024년까지 차례로 도입해야 한다. 평형수는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아래쪽에 채우는 물이다. 변질된 평형수를 버리면 환경오염을 일으키거나, 다른 해양의 바닷물로 채운 평형수를 함부로 버릴 경우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어 친환경 처리가 요구된다.

또 2020년부터는 공해상에 선박이 배출하는 배출가스의 황산화물 함유량이 0.5% 이하로 제한된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세계 상선 9만2000여척 중 2020년 황산화물 규제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선령 20년 이상 되는 선박은 절반 가량인 4만6000여척으로 집계했다. 실제로 교체가 예상되는 선박만 8000~9000척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북미와 유럽, 중국 등에만 지정된 배출가스 제한구역(ECA)에서 앞으로 0.5% 또는 0.1% 이하 저유황유만 사용해야 한다. IMO는 2020년부터는 모든 공해상에서 0.5% 이하 저유황유 사용을 강제할 예정이다. 기존에 3.5%에서 크게 강화된 수준이다. 이미 올해부터 세계 모든 항만에는 입항할 때는 0.5% 저유황유 사용이 요구된다. 내년에는 ECA 수역에선 0.5%, 2020년부터는 0.1% 이하 기준이 적용된다.

이런 황산화물 규제에 따라 현대상선 같은 선사들은 연료를 저유황유로 바꾸거나, 배출가스의 황산화물을 걸러주는 스크러버(디젤자동차의 DPF와 비슷한 장치)를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크러버 설치하는 데도 10개월 정도 걸린다. 나중에 포집한 황을 처리하는 것도 비용이 든다. 스크러버 처리수를 해양에 배출하는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아예 엔진만 LNG 연료를 쓰는 방식으로 바꾸거나, 선박 자체를 교체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스크러버 설치는 한 척당 약 500만~700만달러 비용과 유지비가 든다. 기존 선박에 LNG 엔진으로 바꾸는 방식은 낡은 배라면 개조 비용이 더 비쌀 수도 있다. 또 LNG 엔진에는 가스 저장공간이 필요하고 선가의 15~20% 정도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LNG는 메탄슬립(연료가 불연소돼 메탄이 배기가스에 섞여나오는 현상)으로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최근 조선사들에게 LNG선 수주가 늘어나는 배경에도 환경규제가 있다. 관련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현대중공업은 LNG 또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세대 이중연료엔진 사업에 나선다. 현대중공업은 덴마크 만 디젤&터보가 LPG와 디젤 두 가지 연료를 모두 쓸 수 있는 6000마력급 이상 대형선박 추진용 LPG 이중연료엔진(ME-LGIP)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고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PG추진 엔진 개발까지 앞당김으로써 친환경 조선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최근 LNG선 수주를 늘리며 영업실적을 개선하고 있다. 경영 위기를 겪는 STX조선 또한 LNG·LPG선 등 가스선 위주로 사업을 재편키로 했다.

다만 규제가 시작되는 2020년에는 저유황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사들은 현재 약 50%인 저유황유와 일반 엔진유 가격 차가 더 벌어져서 부담이 커질 것으로 걱정한다. 경기회복세를 타고 국제유가가 상승세인 점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런 선택사항 가운데 장단점과 선사들이 가진 선박의 선령, 국제유가 등을 감안해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며 “재무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컨설팅업체 우드매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IMO 규제로 선사들이 연료를 바꾸거나 스크러버를 설치하기 위해 매년 약 600억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부담을 배를 직접 굴리는 해운사가 전적으로 떠안을지, 배를 소유한 선주가 분담해야 할지도 눈 앞에 닥친 숙제다.

그러나 머스크, MSC 등 글로벌 메이저선사에 비해 보유선박이 적은 국내 해운사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올해 7월 설립 예정인 해양진흥공사 협조 아래 환경 기준을 맞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확보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2022년까지 적재능력인 선복량을 현재의 2배로 키울 계획이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