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지키려다.. 휘청거리는 日 '최강 관청' 재무성

도쿄/김수혜 특파원 2018. 3. 1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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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성은 후지산, 나머진 산줄기" 높았던 위상, 사학 스캔들로 타격
아베가 중앙부처 인사권 쥔 후 예전과 같은 힘 발휘 못한 탓도

'최강 관청'이라는 별명이 붙은 일본 재무성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부부와 관련된 권력형 특혜 시비를 덮으려고 공문을 조작했다가 들통나 일본 관료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극우 사학재단이 아베 총리 부부와 친분을 내세워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였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재무성이 공문서 14건에서 총리 등과 관련된 310곳을 수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무성을 이끄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12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총리 관저가 개입한 게 아니라) 재무성 일부 관리가 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설명에 납득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이런 사건이 다른 곳도 아닌 재무성에서 발생했다는 데 일본 관가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일본 관료들은 "정치가는 떴다 사라지는 간판일 뿐, 국가가 작동하게 하는 건 관료"라고 자부했다. 특히 재무성은 '관청 중의 관청'이라고 통했다. 관리들 스스로 "우리는 후지산, 나머지 관청은 그냥 산줄기"라고 할 정도로 위상이 높고, 파워가 강했다. 재무성은 옛 대장성(大藏省)의 후신으로, 한국의 기획재정부에서 정책 기능만 빠진 것으로 보면 된다. 세입·세출, 정부 기관의 예·결산 승인, 국고 출납과 화폐 발행을 책임진다. 국유지를 포함한 국유 재산 관리도 재무성 업무다. 국세청도 산하기관으로 거느리고 있다.

이처럼 돈과 힘이 몰리다 보니, 권력형 비리에 여러 번 휘말렸다. 1998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 때 터진 일명 '노팬티 샤부샤부 사건'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들이 대장성이 진행 중인 비리 조사를 무마하려고 도쿄 신주쿠에 있는 고급 샤부샤부 가게에서 대장성 관리들에게 밥을 샀다가 언론에 들켰다. 영수증에는 '식당'이라고 찍히지만, 실제로는 여자 종업원들이 속옷 없이 미니스커트만 입고 시중드는 가게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장성에 집중된 권한을 줄이는 차원에서 금융 부분을 떼어내 '금융감독청'에 맡겼고, 3년 뒤 남은 조직을 재무성으로 개칭했다.

2014년 아베 정권이 '내각 인사국'을 만들어 중앙부처 인사권을 장악한 뒤 일본 관료들의 파워도 예전만 못하다. '관료 주도' 대신 '관저 주도'라는 말도 돌았다. 이번 '사학 스캔들' 공문 조작 사건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한 재무성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공무원에게 총리는 '오야붕(親分·두목)'"이라며 "오야붕의 부인이 관련되면, 부하는 (문서를 조작해서라도) 지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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