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둘기 대신 매파 등판.. '완전한 북핵폐기' 협상 이끈다

입력 2018.03.14. 03:02 수정 2018.03.14. 03: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대화론자'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5월 개최로 추진 중인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외교안보팀을 정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대북 강경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CVID)'를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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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새 국무장관에 폼페이오]트럼프, 폼페이오 지명 배경

[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대화론자’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5월 개최로 추진 중인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외교안보팀을 정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대북 강경론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CVID)’를 목표로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독려하던 지난해 12월, 틸러슨 장관은 한 싱크탱크 토론회에서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이 맞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중대 발표도 틸러슨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고 독단으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미국 매체들은 수개월 전부터 백악관이 틸러슨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폼페이오 CIA 국장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틸러슨 장관 경질’ 결정을 발표한 뒤 캘리포니아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틸러슨과 잘 지냈으며 몇몇 이슈에서 맞지 않았다”고 불화설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와 나는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틸러슨은 국무장관직에 더 머무르길 희망했다고 CNN은 전했다.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차관은 틸러슨 경질 발표 후 “국무장관은 국가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유임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틸러슨 장관이 자신이 왜 경질됐는지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유력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부터 틸러슨 장관 교체를 검토해왔다. 지난해 10월 틸러슨이 자신을 ‘멍청이(moron)’라고 불렀다는 보도도 트럼프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교체를 저울질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결심을 굳혔다.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9일 틸러슨 장관에게 물러날 것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정상회담과 여러 무역협정 협상을 앞둔 지금이 교체할 적기(right time)라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 틸러슨에게 사임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앞두고 미국의 외교사령탑 자리를 맡게 된 폼페이오는 트럼프 사단의 북핵 관련 핵심 참모다. 평일 아침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관련 이슈를 브리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CIA 국장에 임명하며 CIA 직원들 앞에서 “스타”, “진짜 보석”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깊은 신뢰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폼페이오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의 폐기를 요구하는 백악관 내 대표적 인사이기도 하다. 그는 이란 핵 합의를 ‘재앙적 거래’라고 표현했는데 이란 핵 합의를 지지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보다 더 강경파로 분류된다.

폼페이오는 특히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이어진 남북의 평창 교류, 대북특사단의 평양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 합의,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추진까지 전반적인 골격을 짜는 데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앤드루 김 CIA 한국임무센터(KMC)장은 평창 올림픽 기간 한국에 머물며 국가정보원 등과 대북 문제를 실무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폼페이오가 올해 북한의 대남, 대미 관계 개선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평창 교류’를 통해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결실을 맺은 만큼 이제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이란 타이틀을 달고 공개적인 협상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기재 record@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