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은하수 흐르는 밤하늘, 신비로운 별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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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3일 화요일 맑음.
여름을 달리다.
2007년 여름이 문득 나를 향해 파도치더니 푸른 에게해와 하얀 집들이 기억의 연안에 밀려왔다.
재작년 여름, 긴 사막 도로를 지난 승합차가 마침내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외곽에 닿았을 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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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도…미…레 파…미레미/도…미…레 파…미솔.’
쨍한 봄 햇살이 강한 인력으로 작용한 걸까. 2007년 여름이 문득 나를 향해 파도치더니 푸른 에게해와 하얀 집들이 기억의 연안에 밀려왔다.
그해 그리스 여행을 떠올린다. 크레타섬에서 산토리니섬으로 가는 뱃길은 처음엔 조금 지루했다. 설렘이 무뎌져갈 쯤에 산토리니가 나타났다.
깎아지른 듯한 갈색 해안 절벽, 크림을 얹은 듯 나타난 하얀 지붕들은 신기루처럼 마중 나왔다.
‘도…미…레 파…미레미/도…미…레 파…미솔.’
나의 뇌는 거대한 기억 도서관에서 다짜고짜 이 멜로디부터 길어 올렸다. 야니의 장엄한 연주곡 ‘Santorini’ 테마 선율. 내 기분은 마치 돈 내고 탑승한 페리의 여행자가 아니라, 무모한 모험 끝에 보물섬을 발견한 아이같이 돼버리고 말았다.
동경의 장소에 닿으면 어떤 선율이 유성이나 성냥개비처럼 뇌를 긋고 지나간다. 재작년 여름, 긴 사막 도로를 지난 승합차가 마침내 미국 캘리포니아주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외곽에 닿았을 때도 그랬다. 차창 밖으로 하나둘 마중 나온 나무들은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고행을 자처한 순교자 같았다. 내 심장은 절로 U2의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을 연주했다. ‘레-라-솔-파#-솔-라/레-라-솔-파#-솔-라….’ 멜로디는 천사의 비행처럼 오르내렸다.
이 국립공원은 야경으로도 유명하다고 했다. 기괴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떠오른 은하수와 별을 보는, 그런 밤이 온다면 나는 비치 하우스의 ‘Space Song’을 불러낼 작정이다.
여름휴가가 다가온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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