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제국' 14번째 수장 .. 카지노 즐겨찾는 월가 승부사

심재우.조현숙 2018. 3.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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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내정된 데이비드 솔로몬
1999년 입사 후 IB부문서 잔뼈 굵어
2008년 금융 위기 땐 해결사 역할
FT "냉철하고 고집 센 투자은행가"
게리 콘, NEC 위원장에 발탁된 후
치열했던 후계자 물밑경쟁서 승리
150년 가까운 역사의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차기 회장으로 데이비드 솔로몬 공동대표가 내정됐다. 솔로몬은 지난해 말부터 벌어진 후계 경쟁에서 하비 슈워츠 공동대표를 제치고 골드만삭스 ‘왕좌’를 차지했다. [중앙포토]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IB)으로 클린턴 행정부 이후 재무장관만 3명을 배출한 골드만삭스가 새로운 선장을 맞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12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데이비드 솔로몬(56) 공동대표가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2006년부터 12년간 골드만삭스를 이끌어온 로이드 블랭크페인(64) 회장 겸 CEO는 올해 말쯤 퇴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블랭크페인 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솔로몬 사장 겸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하비 슈워츠(54) 사장 겸 공동 COO가 경쟁하던 상황이었다.

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이사회가 차기 CEO를 솔로몬으로 낙점한 시점은 지난달 말이었다. 솔로몬과 함께 경쟁했던 슈워츠는 지난주 이런 결과를 통보받았고, 이날 35명의 사장급이 모인 경영위원회에서 블랭크페인 회장이 결과를 발표하면서 월가에 알려졌다. 슈워츠 사장은 다음달 20일 현직에서 물러나기로 정리됐다.

골드만삭스는 JP모건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금융회사다. 내년 창사 150주년을 맞는다.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에 스티븐 므누신 현 재무장관이 골드만삭스가 배출한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주의에 반대하면서 최근 사임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와 골드만삭스의 유착을 의심하는 시선까지 있을 정도다. 150년 가까운 골드만삭스 역사에 CEO는 블랭크페인까지 단 13명이다. 이제 14번째 자리를 솔로몬을 이어받는다.

솔로몬은 1980년대 중반 투자은행인 드렉셀번햄램버트에 입사하면서 월가에 입성했다. 쉬는 날에는 대학 친구들과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를 찾기 좋아했다. 승부를 즐기는 성격이었다. 이후 베어스턴스를 거쳐 1999년 골드만삭스에 외부인사 파트너로 합류했다. 당시로선 드문 경우였다. 그러나 맡은 업무는 한직에 속하는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 사업을 구축하는 임무였다.

특유의 강한 체력과 성실함으로 신시장 사업을 키운 솔로몬은 2006년 골드만삭스의 투자은행 부문 대표에 올랐다. 골드만삭스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딛고 일어서는데 솔로몬은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골드만삭스에서 가장 오래 대표직을 역임한 인물로 꼽힌다.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서 솔로몬과 함께 일한 크리스 네이세타 힐튼호텔 CEO는 그에 대해 “솔로몬은 피리 부는 소년”이라며 “사람들이 그를 따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골드만삭스에서 신입사원의 살인적인 근무 시간을 조정해주고 급여를 인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니어 뱅커들이 이탈을 막는 데 기여하는 식이다. 물론 월가 금융계 인사답게 냉철함도 수준급이다. 하위 성과 5%에 해당하는 직원에게는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를 두고 “냉철하고 고집 센(hard-nosed) 투자은행가”라 평가했다.

솔로몬이 골드만삭스의 ‘왕좌’를 물려받는 데는 운도 따랐다. 블랭크페인 회장이 점찍은 후계자는 원래 따로 있었다. 바로 게리 콘 전 NEC 위원장이다. 골드만삭스 COO로 2인자였던 콘이 2016년 12월 트럼프 행정부에 발탁되면서 후계 구도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블랭크페인 회장은 후계자 후보로 솔로몬과 슈워츠 두 사람을 후보로 거론했다. 이후 1년 3개월에 걸쳐 골드만삭스 내부 인사의 말을 그대로 전하자면 ‘피 터지는 경쟁(bloody contest)’이 벌어졌다.

경쟁 구도도 솔로몬에게 유리했다. 골드만삭스의 양대 축은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증권 거래)다. 솔로몬은 IB, 슈워츠는 트레이딩 부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부문은 급변했던 미 대선 판도와 주 고객이었던 헤지펀드의 부진으로 고난을 겪었다. 매출은 2016년 76억 달러에서 지난해 53억 달러로 고꾸라졌다. 반면 솔로몬이 맡고 있던 IB 부문은 상승 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7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솔로몬은 기업 M&A(인수합병)를 선도하는 주간사로서의 위치를 굳히고, 기업 대출 규모를 키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월가에서도 솔로몬이 엄청난 거래를 성사시킨 슈퍼스타라기보다는, 내부 조직을 추스르고 보다 강력하게 관리하는 경영자에 가깝다는 평가다.

■ ◆골드만삭스

「 유태계 독일 출신 이민자인 마커스 골드만과 막내 사위인 새뮤얼 삭스가 1869년 창업한 월가의 대표적인 금융회사. 글로벌투자은행업, 증권업, 투자경영,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은행이자 증권사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트레이딩 부문의 수입이 떨어지고 있어 신사업을 찾고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조현숙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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