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불과 지진이 공존하는 까닭..땅 속엔 무슨 일이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지진·논밭에서 물이 솟구친 액상화 현상·지난해 3월 공사 중 200m 깊이에서 천연가스 분출·그 자리에서 1년째 활활 타고 있는 불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에 따르면 이 모든 현상은 포항 땅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포항은 1200만년 전 동해 바닥이 양쪽에서 압력을 받아 솟아오르면서 생긴 해성(海成)퇴적층이다. 신생대 3기(약 6500만년 전~ 200만년 전)층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퇴적층이 많은 포항 땅의 특성상 지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1년째 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남구 대잠동의 '불의 공원'도 한 사례다.
지난해 3월 8일 포항시가 폐철도부지를 공원화하기 위해 이곳에서 관정을 하던 중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이 불로 작업자 2명이 화상을 입었다. 포항시는 200m 깊이에서 뿜어져 나온 가스가 굴착기 마찰열에 폭발한 것으로 봤다. 이후 이 가스의 정체를 두고 도시가스 배관에서 새어 나온 가스, 천연가스, 매립 쓰레기에서 나온 가스 등 다양한 의견이 분분했다. 포항시와 지질연, 한국가스공사의 1차 조사결과 이 가스는 천연가스로 밝혀졌다. 그중에서도 미생물 등이 분해돼 만들어진 생분해 가스, 즉 메탄가스였다. 처음 포항시는 매장량이 많지 않은 것으로 추측해 불길 주변으로 불의 공원을 조성했으나 불이 계속되자 지난해 9월부터 지질연에 정밀 조사를 의뢰했다.
포항은 국내에서는 드문 해성퇴적층이 가장 넓고 깊게 분포하고 있다. 200~700m 두께로 포항 북쪽 흥해읍-포항 남쪽 오천읍-경주 보문단지까지 이어지는 대규모다. 해성퇴적층은 바다에서 솟구쳤기에 플랑크톤 등 바다생물이 진흙에 묻혀 있다. 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가 만들어져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포항에서 천연가스나 석유 등을 발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0년대 포항시는 지금의 불의 정원 반경 1.2~5㎞ 주변으로 18공을 뚫어 시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천연가스가 함량이 매우 적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천연가스가 발견됐다. 실제 88년 포항 흥해읍 성곡리의 한 주택 마당에서 천연가스가 나와 주인이 밸브를 설치해 10년 넘게 가정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질연은 이번 천연가스의 매장량이 아파트 한 동에서 10년간 쓸 정도의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경제성의 문제는 따져봐야 안다는 게 포항시와 지질연의 입장이다. 지질연은 현재 음파를 발생시켜 지층에서 반사된 신호로 땅의 단면을 간접 분석하는 '탄성파 조사'와 성분을 직접 확인하는 '시추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강연근 한국지질자원연구소 연구원은 "200m 정도 깊이에서 나왔기에 매장량이 많지 않을 순 있지만 정확한 건 오는 5월 말쯤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매장량이 많다고 해도 동해가스전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동해가스전은 울산앞바다 남동쪽 58㎞ 지점에 위치한 천연가스전이다. 가스 400만t, 원유 300만 배럴의 비교적 많은 양이 발견된 곳으로 한국을 95번째 산유국으로 만들어 준 가스전이다. 바닷속 2㎞까지 배관을 설치해 천연가스와 원유를 끌어 올리고 있다.
지질연 관계자는 "석유는 용기에 담아 팔 수 있지만 가스는 배관시설과 안전시설, 물을 빼주는 장비 등 기타 비용이 많이 든다"며 "북극해에 천연가스가 약 1669조 평방피트 정도 있지만 그걸 개발해 북극해에서 소비처까지 끌고 오는 비용이 많이 들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포항시에서는 매장량 조사결과에 따라 사업자가 나서면 인허가를 내주겠다는 방침이다. 허성욱 포항시 미래전략산업과 신재생에너지팀장은 "만약 자원화하려면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매장량이 밝혀진 뒤 누구라도 사업을 하겠다 하면 인허가를 내줄 것"이라며 "특히 이번 연구가 국내 첫 사례인 만큼 교육용으로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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