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내 인생의 책] ③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경향신문] ㆍ내가 본받고 싶은 문장들
제임스 M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를 두고 나는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한참 떠들 수 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살인을 저지르는 삼류 건달과 내연녀에게 진심으로 연민이 든다. 변호사도, 기자도, 사회학자도, 종교지도자도 버거워하는 일을 얇은 소설이 마술처럼 쉽게 해낸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얘기가 아니라, 이 작품의 문체에 대해 써볼까 한다. 나는 <포스트맨…>의 문장을 본받고 싶다.
케인은 레이먼드 챈들러와 같은 시대를 살았고, 둘 다 ‘하드보일드의 거장’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두 작가의 스타일은 아주 딴판이다.
챈들러는 현란한 비유를 구사하는데 케인은 극도로 간결하게, 꾸밈없이 쓴다. 서너 쪽을 짧은 대사로만 구성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옷을 너무 많이 껴입었네” 같은 식으로.
뉴요커 편집장 출신인 케인의 언어감각이 빈곤했던 게 아니다. 그는 나이 마흔에 캘리포니아로 이사 와서 ‘보통 사람의 말’을 발견하고, 그 말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포스트맨…>을 쓰면서 8만단어였던 초고를 줄이고 쳐내 3만5000단어로 압축했다. 계약서에는 ‘4만단어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었기에 출판사는 출간을 거부하려 했지만 케인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챈들러는 케인을 ‘문학계의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고독하고 정의로운 탐정을 안 그런 척 로맨틱하게 그렸던 챈들러로서는, 건달이 건달처럼 말하는 소설을 참기 힘들었으리라. 나는 케인 편이다. 살면서 외롭고 의로운 탐정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보통 사람의 언어로 이룬 시적 정취의 폭발력은 그 어떤 수사법도 뛰어넘는다.
<장강명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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