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따지겠다"→"文 리더십 경의"..'일본패싱' 두려움에 돌변한 아베

서승욱 입력 2018. 3. 13. 18:01 수정 2018. 3. 14. 15: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훈 원장 만나 "남북,북미 정상회담 위해 모든 협력"
한달 전 "문 대통령 대화론 따지러 평창간다"던 아베
트럼프-김정은 회담 가능성에 180도 달라진 태도
'닥치고 압박'만 주장하다 北문제 미아될까 우려
기존 입장 바꿔 "북한, 시간 벌기용 아닐 것"

━ 갑자기 "문 대통령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는 아베,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도록 모든 협력과 협조를 함께 하겠다.” 13일 오전 일본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를 만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전한 아베 총리의 발언이다.
13일 서훈 국정원장과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앞서 공개 모두 발언에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일본도 (높이)평가한다”고 했다.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그리고 납치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나라의 기본 방침”이라면서다. 그는 이어 “비핵화를 향해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말을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계를 조금만 과거로 돌려보면 서 원장에게 한 아베 총리의 발언이 얼마나 이례적인 지를 곧바로 알 수 있다.

지난달 7일 일본을 찾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소외교에 눈을 빼앗겨선 안된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진정한 의지와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대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일본이 함께 확인한 방침을 문 대통령과 확인하겠다”고 했다. 대화론에 치우친 문 대통령과 담판을 짓기위해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는 취지였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지난달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그동안 '닥치고 압박'노선이라 칭할 정도로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압력에 필사적이었다.

평창을 방문했던 펜스 부통령이 귀국길에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마음이 급해진 아베 총리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곧바로 통화를 했다. 그는 “완전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북한과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였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까지 열리자 아베 정부 안팎에선 일본이 국제적인 논의의 틀에서 밀려난다는 '일본 패싱'의 두려움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트럼프-아베의 견고한 스킨십만 믿고 “100% 미국과 일본은 함께 한다”며 질주해온 일본 정부가 뒤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특사단 면담 직후부터 아베 총리의 말이 달라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변화를 평가한다”며 “북한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 자신이 긴밀히 연계해 최대한의 압력을 가한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대화 노선을 줄기차게 견제해온 그가 북한의 변화를 자신의 성과로 부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날 서 원장에게 “문 대통령 리더십에 경의”,“모든 협력과 협조”라는 발언까지 하게 된 것이다.

서 원장을 만난 아베 총리의 말은 과거와 180도 달라져 있었다. 그에게서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담판을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북한이 이 기회를 단순히 시간 벌기용으로 이용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시간 끌기용'이라던 자신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서 원장도 분위기를 맞췄다. 아베 총리에게 “한반도 평화의 물결이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한·일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이라며 “두 정상간 의지의 결합과 긴밀한 협력이 중요한 때”라고 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시작된 건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좋은 분위기에서였다”고 덕담을 했다. 한국 정부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탄탄한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를 ‘큰 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당초 15분 정도, 길어야 30분 정도로 예상했던 아베 총리와 서 원장과의 면담은 결국 1시간 가까이(10시54분~11시50분)로 불어났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