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보수집용 폐쇄회로(CC)TV로 집회·시위를 감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때도 조작만 교통 담당자에게 맡겼을 뿐 교통정보수집용 CCTV로 집회·시위를 들여다 봤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60) 등 경찰관 4명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2015년 11월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 설치돼있던 교통정보수집용 CCTV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법정에서 재생된 영상을 보면 CCTV가 세종대로 쪽 시위대를 비추다가 종로구청 쪽 시위대로 화면이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수 분간 종로구청 쪽을 비추던 화면은 다시 세종대로 쪽으로 옮겨졌다. 화면은 때로 확대되거나 축소되기도 했다. 당시 구 전 청장이 서울경찰청 내 상황지휘센터의 대형 모니터로 이 CCTV 화면을 봤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종로구청 쪽은 백씨가 쓰러진 장소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당시 서울경찰청 경비계장 ㄱ씨는 법정에서 “화면이 이동하거나 줌(확대)하는 것은 상황지휘센터에서 보는 게 맞다”며 “현장 보고가 들어오면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 (방향을) 돌리거나 줌을 해서 본다”고 설명했다.
그해 4월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 때 경찰이 교통정보수집용 CCTV를 이용해 시위대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논란이 되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참여연대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구 전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는데도 경찰은 계속 교통정보수집용 CCTV로 시위대를 감시한 것이다.
‘누가 교통정보수집용 CCTV를 조작했느냐’는 검사 질문에 ㄱ씨는 “당시 (교통정보수집용 CCTV를 왜 경비담당이 보느냐는) 비난 여론이 있어서 교통 담당 직원만 조작하라는 청장님 지시가 있었다”며 “(방향 이동이나 확대·축소는) 지휘부가 조작하라고 했을 때 조작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CCTV는 도심 주요 곳곳에 있는데 원래는 교통 관리 목적이지만 상황지휘센터에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구 전 청장 등은 살수차에서 물대포를 발사해 백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지난해 10월17일 재판에 넘겨졌다.
구 전 청장은 당시 종로구청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백씨 사망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 전 청장측 박상융 변호사는 “구 전 청장은 코리아나 호텔 쪽에서 과격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서 (상황지휘센터의) 앞면에 있는 모니터로 CCTV를 보기보다는 (측면에 있는 TV로) 종편 채널의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