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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저의 평범함을 용서하소서.”
모차르트는 평범을 노래해 위대함으로 완성했다. 신화와 영웅을 노래한 살리에리는 자신이 신을 향한 찬양의 도구이고 싶었으나 재능이 미치지 못했다. 음악의 천재를 알아보는 능력만 받았다. 무례하고 천박하지만 신에게 천재적인 음악성을 부여받은 남자와 부와 명예 등 모든 걸 가졌지만 비범하지 못한 이의 만남. 기도하던 평범한 이는 그 평범함을 저주했고 신이 선택한 남자를 죽이기로 했다.
살리에리가 느끼는 평범한 재능의 비애가 무겁다. 모차르트를 중심에 세웠지만 살리에리의 번민과 천재를 향한 애증이 주를 이끈다. 천재의 경이로움을 인정하고 감탄하면서도 자신이 아닌 것에 분노하는 살리에리는 신을 저주하면서도 그의 재능을 알아보는 것이 자신뿐이라는 아이러니에 울부짖는다. 노인이 된 살리에리가 죽음을 앞두고 과거의 죄를 털어놓는 액자식 구성이다. 130여분의 공연시간 내내 살리에리의 독백식 압박이 상당하지만 끌어가는 힘이 있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 등 오페라와 세레나데, 콘체르토 등 모차르트의 대표곡이 우여곡절 많았던 그의 삶과 어우러져 등장한다. 6인조 관현악단과 MR을 동시에 활용했으며 뮤지컬처럼 춤과 노래를 더해 음악극의 묘미를 살렸다. 살리에리가 죽어가는 모차르트를 찾아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인 ‘레퀴엠’을 받아 적은 후 용서를 강요하는 장면은 백미다. 4월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