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교착상태 빠지면? 해결 방법은 이것뿐

박기학 입력 2018. 3. 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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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 개입 차단된 평화협정 체결 위해 촛불을 들자

[오마이뉴스 글:박기학, 편집:장지혜]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점에 서있다. 대북 특사단의 3·6 남북합의로 한반도는 그간 60년 넘게 지속되어온 정전상태를 마감하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전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담보

우선 이번 남북합의는 남북관계의 교착상태를 단번에 무너뜨리고 지속적이고 획기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남북은 4월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하였는 바, 이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하에서 10년 넘게 교착된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여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 경제, 문화 등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발전을 기할 수 있는 호기를 제공한다.

지난 10년간 사문화되었던 6.15 남북 공동선언과 10.4 선언도 이제 다시 이행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마련되어 평화와 통일을 향한 남북관계의 발전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양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며 '베를린 평화구상(2017.7.6)'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남북합의는 또한 한반도에서 남북 간 군사적 대치를 평화공존 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3·6 남북합의를 통해 북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였다. 이는 북쪽이 남쪽의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지 않은 채 취한 조치이지만 그 자체로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크게 완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북이 앞으로 남에 대해서 우발적 무력충돌, 국지전, 전면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남북 문제를 군사적 방식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방식으로 풀겠다는 평화공존의 천명이기 때문이다. 남쪽도 4월 정상회담 때 북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상응한 약속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어떤 합의를 해도 군사적 대치 때문에 그 이행이 보장되지 않고 대결로 회귀해 버리는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지속적 발전을 기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에서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긴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남과 북이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에 합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을 설치하기로 한 3·6 남북합의는 사소한 군사적 충돌이라도 자칫 전면 핵전쟁의 위기로 비화될 수 있는 현재의 극단적인 군사대결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귀중한 합의다.

이밖에 남북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신뢰구축 방안에는 군 간 핫라인 설치, 서해해상에서의 충돌방지 대책, 비무장지대에서의 군사충돌 방지 대책 등이 있다. 이에 비해 서해해상 경계선 확정, 군사연습의 상호 통제, 휴전선에 전진배치된 병력의 후퇴, 병력 감축 등 보다 높은 군비통제 및 군축방안 등은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항이며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들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방안들은 앞으로 체결될 한반도 평화협정의 중요한 구성부분이기도 하다. 남과 북이 신뢰구축 및 군축에 대한 합의를 이룬다면 한반도 평화협정을 내용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된다.

남북 정상회담이 정례화되고 각료급 회의가 병행되면서 어떤 이견이든 정치적으로 풀고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염려하지 않게 되고 경제적, 문화적 교류와 협력이 정착하게 되면 한반도 통일은 사실상 시작되는 것이다.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연 3.6 남북합의

이번 3·6 남북합의는 미국과 북한간의 '선 북한 비핵화'와 '선 평화협정 체결'을 둘러싼 첨예한 대치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남북합의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였으며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북한 핵 보유의 원인인 대북 적대정책이 철회되고 북한 체제의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폐기하겠다는 것으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동시 병행을 미국에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또 북한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전략도발 중단"을 약속함으로써 대화를 통한 정치적 타결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자신의 최대의 외교위협으로 간주한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대북한 핵공격 위협, 테러지원국 재지정,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결의 등 최대의 압박작전을 펴왔다. 그런데 이번 남북합의를 통해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협의를 위한 북미대화 용의"를 표명하자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제안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수용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 병행안'이 북한 핵문제를 푸는 공정하고 현실적인 방안임을 재차 확인해 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것은 미국 안에서 자신이 고립되고 흔들리는 정치적 입지를 반전시키려는 정치적 판단도 분명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판단이 가능한 것도  "누구도 하지 못한 것을 이뤄내겠다는 서약"(뉴욕타임즈), "한반도 60여년 대립의 잠재적 전환점"(월스트리트저널)이라는 언론의 평가처럼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가 크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정세 대반전의 동인은 북의 과감하고 전향적인 정치적 결단

한반도 정세의 대반전을 가져온 동인으로서 북쪽의 정책변화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북 핵문제의 본질적 원인이며 따라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철회되면 북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점에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철회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거나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북의 주장은 정치적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북미간 대치가 격화되면서 북(김정은 체제)은 갈수록 '핵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거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대화하겠다거나 '세계의 비핵화가 되어야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등의 입장으로 경사되면서 핵무력 증강에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핵무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미국을 군사적 힘으로 강압하여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시키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미국을 군사적 힘(핵의 힘)으로 강압하여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시킨다거나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결코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특히 핵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핵 보복 위협을 통해서 대북 공격을 억제하겠다는 사고는 한반도에서 핵대결을 불러오게 된다. 또 세계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연계하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는 언제가도 실현될 수 없는 먼 미래의 과제로 되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한 없이 뒤로 미루는 결과가 된다. 

북미 간 첨예한 대치 국면에서 선제적으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정치적 타결을 제안한 것은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정치적 명분이 있는 주동적 조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중재를 수용한 것이나 북한의 대화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도 미국 스스로 대북 억제(위협)정책의 근본적 한계를 인정한 것이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남한과 북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외세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평화협정 체결 위해 평화의 촛불을 들자

북의 핵 포기에 상응하여 미국은 대북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한반도는 정전상태이고 북미는 교전국 관계이기 때문에 대북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곧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로 나타나게 된다.

한반도 평화협정은 교전 당사국 사이의 종전선언과 교전국 간 적대관계 청산 및 관계 정상화(북미 간 외교관계 수립, 남북 간 관계 정상화),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군사분계선 확정, 상대에 대한 불가침 명시, 상대를 잠재적 적으로 하는 군사연습 중지, 신뢰구축과 군축,  외국군 철수, 동맹의 폐기) 등을 담는다. 북미 정상회담이 5월에 열리면 여기서는 먼저 북미 종전선언(만약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시에는 남북미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시작을 선언할 수 있다.    

만약 북에 대한 미국의 불가침 약속이 한반도 평화협정과 별도로 불가침조약(평화협정과 달리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으로 북에 제공된다면 북으로서는 보다 확실한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북한은 2002년에 북미 불가침조약을 제안하였고 2013년 10월 당시 존 케리 국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면 북미불가침조약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북미 관계가 순항한다는 보장은 없다. 트럼프 정부 안에는 부시 정권 때 못지않게 강온파의 대립이 존재한다. 북한과의 협상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협상을 흔들기 위해 북한에 과도한 검증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에 최종 합의할 때까지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북한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밝혔다. 그에 상응하여 미국과 한국도 연합연습을 중지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자극하는 참수작전이나 북한 포위 점령을 상정한 상륙훈련, 대북한 선제공격 훈련, 대북 핵공격을 상정한 미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해야 한다.   

한반도가 다시는 강대국간 대리 전쟁터나 핵대결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세의 개입이 배제되는 한반도 평화협정이 되어야 한다. 외세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이 될 때 비로소 한반도 평화협정은 우리의 자주적 통일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협정에는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철회, 주한미군 철수, 외국과의 모든 동맹 폐기, 외국군과의 군사연습 금지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 제4조 60항은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의를 소집"하여 "한국(한반도)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대의 철거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정전협정은 앞으로 체결될 평화협정에 외국군 철수를 포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반도에서 정전상태를 끝내고 평화협정 체결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기, 핵우산 제공 철회 등에 쉽게 동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과 극동러시아에 대한 주한미군의 봉쇄 및 견제임무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협상 과정에서 북미 간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이를 돌파할 동력은 남한 민중의 힘, 남북의 단결된 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북미간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힘도 남북합의에서 나왔다.

모처럼 찾아 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기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협상과 대화의 모멘텀이 상실되는 일이 없도록, 한반도에 대한 외세 개입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다시는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대리 전쟁터가 되지 않도록, 남쪽 정부가 한미동맹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족대단결을 통해서 외세의 개입이 철저히 차단된 평화협정 체결을 이끌어 내도록 우리 모두 평화의 촛불을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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