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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사회 신음하는 20대③]헬조선, 탈출하는 20대

한승곤 입력 2018.03.12. 05:00 수정 2018.03.15. 16:32
청년들의 좌절과 분노 '헬조선' 현상.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황효원 기자, 고정호 기자, 위진솔 기자] “바꿔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치솟는 청년실업률, 저출산 상황 등 이른바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 20대 청년들 중심으로 ‘헬조선’이라 불리는 한국을 떠나 호주에 정착한 ‘아시아경제’가 만난 20대 직장인 A 씨는 자신이 한국을 떠난 결정적 이유에 대해서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속하는 청년실업 문제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11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했지만, 지난해 청년층 고용시장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9.9%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A 씨처럼 이제는 한국에 대해 기대를 접고 한국을 아예 떠나는 20대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을 떠나는 한국인들은 급증하는 추세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상실·이탈)한 사람은 22만3611명에 달한다. 연령별로 보면 20대(6939명), 40대(6718명), 30대(6100명) 순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경제 원동력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할 20대가 가장 많이 이 나라를 떠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떠난 이후로 분명히 더 만족스럽고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A 씨는 한국 20대 청년들의 ‘한국 엑소더스(Exodus·대탈출)’의 배경에 대해 직장 내 불합리함, 최저임금과 물가 등을 들어 설명했다.

그는 먼저 기형적인 한국의 취업과 직장 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것들까지 요구하는 오버 스펙의 취업 문화가 기형적이라고 생각했으며, 회사에 사원으로 입사해, 실제 능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높은 직위까지 오르기 어렵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또 “폐쇄적이고 꼰대같은 기업 문화 역시 한국 회사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다른 나라는 더 낫지 않을까, 실제 더 나은가 궁금하기도 해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떠난 이후로 분명히 더 만족스럽고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며 그 이유로 "'일'과 '여가'"를 꼽았다. 그는 “높은 최저임금, 적당한 노동 시간 등 호주의 노동 환경은 한국과 비교하여 정말 잘 갖춰진 시스템하에 있다”며 “좋은 사례를 들어보자면, 호주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본적인 자동차 정비를 집에서 직접 하는데 그 이유는 인건비가 매우 비싸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일하는 사람은 노동의 가치를 높게 받는 동시에 보통 사람들은 자동차를 연구하고 직접 고쳐보는 여유 시간을 많이 가진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 사람들은 평균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일이 끝나 큰 인건비를 대체하는 일들을 직접 하는데 이런 것들이 그들의 취미 생활이자 여가생활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사람을 불러 차를 고쳐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대신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또 호주에서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일을 못 가게 됐을 때, 그 이유를 묻지 않는데 그런 이유를 캐묻는 것 또는 일에 대한 부담을 주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일을 뺀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 시간과 프라이버시 존중 등 좋은 여건 아래 거의 모든 일이 좋은 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호주에서의 높은 최저임금과 그에 맞게 적당한 물가를 강조한 뒤 “호주는 법적 최저임금이 18달러보다 높은데 이는 한화로 약 16,000원 정도”에 해당한다며 “마트에서 사는 우유, 과일, 채소는 한국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한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저금을 하며, 자기계발을 하며, 취미와 여가를 즐기며 실현 가능한 희망을 설계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호주 현지에서 취업을 한 20대 직장인 B 씨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언급되고 있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언급하며 “직군을 막론하고 워라밸이 잘되있는 근무환경이어서 퇴근 후 가족 또는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 근교로 여행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어

한국 사회는 2018년 시사 용어로 ‘워라밸’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져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 2017’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서 5.9점으로 조사 대상 31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민은 물론 아예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2016년 1월21~27일 온라인 설문조사(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1.9%가 ‘요즘 같아선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대비 지난해(57.9%)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앞서 법무부 통계를 인용해 살펴본 결과와 마찬가지로 20~30대 젊은 층(20대 66.8%, 30대 67.2%)에서 이 같은 수치가 뚜렷했다. ‘이민’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76.9%가 ‘이민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9.1%는 이민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는 15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특단의 청년 일자리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청년 일자리는 물론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불공정, 불합리한 사회 현상도 마찬가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1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학생과 직장인 10명 중 9명은 “헬조선이란 단어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부의 불균형(60.4%)’ ‘높은 실업률(57.7%)’ ‘높은 물가(37.0%)’ ‘일상화된 경쟁구도(36.1%)’ 등이 꼽혔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1970년대 통계 작성 이래 처음 35만명대로 추락했다.

한 해 출생하는 신생아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저출산 현상에 대해 “망할 세상이니까 낳지 않는다”는 자조섞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단순 저출산 문제, 청년 일자리만 해결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돼 ‘헬조선’이 정상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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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고정호 기자 jhkho2840@asiae.co.kr
위진솔 인턴 기자 honestyw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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