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허권 사들여 에이즈약 56배 폭리.. '美 국민 밉상' 결국 철창

최원국 기자 2018. 3. 1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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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마틴 슈크렐리 징역 7년
청문회 참석 후엔 트위터로 조롱
힐러리 머리카락 뽑아오라 하고 힙합그룹 음원 독점하는 등 곳곳서 논란 일으켜 국민 눈총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the most hated man in America)'라고 불린 마틴 슈크렐리(34·사진)가 결국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9일(현지 시각) 미 법원은 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슈크렐리에게 징역 7년을 최종 선고했다. 법원은 또 벌금 7만5000달러(약 8000만원)를 부과하고 736만달러(약 80억원)의 재산을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담당판사 키요 마쓰모토는 "진심으로 뉘우치는 척하면서 자신의 범죄를 끊임없이 줄이려는 지독한 거짓말쟁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슈크렐리의 변호사조차 "그의 진술을 듣다 보면 그의 얼굴을 때리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월가의 펀드매니저였던 슈크렐리는 2011년 바이오업체 레트로핀, 2015년 제약업체 튜링을 창업하면서 성공한 기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튜링 창업 직후 에이즈 치료제인 다라프림의 특허권을 사들인 뒤 한 알에 13.5달러(약 1만5000원)였던 약값을 일거에 750달러(약 80만원)로 56배 인상했다. 희소질병 치료제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슈크렐리에게 '자본주의가 낳은 냉혈한'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약값 폭리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듬해 미 하원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 출석한 슈크렐리는 하원의원들의 수십 개 질문에 모두 "(불리한 질문에 답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수정헌법 5조에 따라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운동복 상의를 입고 나와 실실 웃으면서 답변을 거부하던 그가 답한 유일한 질문은 "당신 이름을 슈크렐리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느냐"였다. 그는 청문회가 끝나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바보들이 정부에서 국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글을 올려 미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여론의 뭇매를 맞던 슈크렐리에 대한 당국의 수사가 시작됐다. 약값 인상이 아닌 헤지펀드와 바이오기업 등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였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2017년 배심원들이 일부 유죄평결을 내리자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최종선고를 앞두고 500만달러(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그는 소셜미디어에 쓴 글로 다시 철창신세를 졌다. 그는 페이스북에 "힐러리의 머리카락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5000달러(약530만원)을 주겠다"고 썼다. 슈크렐리의 변호인은 "미성숙하고 비뚤어진 유머감각"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보석집행을 정지했다.

슈크렐리는 미국의 유명 힙합그룹 우탱 클랜의 단 하나뿐인 앨범을 사 독점권을 행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경매에서 200만달러(약 21억원)을 주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샤오린(Once upon a time in shaolin)'을 구매하면서 이 앨범 수록곡을 아무도 듣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탱 클랜의 팬들이 앨범을 공개하길 원하자 그는 "앨범을 없애 버리겠다"며 팬들을 약 올리다가 나중에 곡의 앞부분만 짧게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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