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서 부는 꽃바람.. 봄이 어서 오라 손짓하네

제주/오재용 기자 2018. 3. 1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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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꽃 축제' 활짝]
구례, 조롱조롱 노란 산수유 세상
광양, 흰눈처럼 매화가 내리고 여수 영취산엔 연분홍 진달래
진해선 36만그루 벚꽃이 서있고 제주엔 노란 유채꽃이 넘실넘실

봄의 첫 색은 노랑이다. 노란 산수유꽃이 조롱조롱 피어나면 잿빛 겨울은 문을 닫는다. 산수유나무는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철쭉보다 더 빨리 노란 꽃을 피워낸다. 사르르 날씨가 풀리면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봄의 전령사다. 이달 중순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은 샛노랗게 물든다.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씨는 "산수유나무가 샛노란 꽃을 안개처럼 피워내면 봄나들이를 채비할 때"라고 말한다. 이른 봄을 물들이는 전국의 3월 꽃축제를 찾아가본다.

◇남도 구례에서 시작하는 '노란 봄'

산수유나무는 바람에 봄 햇살이 담기면 갈색 꽃봉오리 껍질 안쪽에서 노란 꽃송이가 고개를 내밀고 개화하기 시작한다. 지름 0.8㎝의 작은 꽃봉오리에서 20~30개의 꽃송이가 도란도란 둥글게 모여 피어난다. 꽃이 진 자리에 10~11월 맺히는 빨간 산수유 열매는 건강 식품과 한약재로 유명하다. 김인호 구례군 홍보계장은 "산수유나무 세 그루만 있어도 자녀를 대학 보낸다고 해서 '대학 나무'로 불렸다"고 말했다.

구례 산수유 - 샛노란 산수유는 봄의 전령사다. 잿빛 겨울의 문을 닫으며 봄나들이 채비를 재촉한다. 사진은 산수유가 만개했을 때의 전남 구례군 산동면 전경. 올해 구례산수유꽃축제는 오는 17일 개막해 25일까지 9일간 이어진다. /구례군

산수유나무 최대 자생지가 구례군 산수유마을이다. 산동면 일원 240㏊에 3만5000여 그루가 있다. 국내 산수유 열매의 70%가 산동에서 나온다. 구례군은 오는 17~25일 9일간 '제19회 구례산수유꽃축제'를 산수유마을과 인근 지리산온천관광지, 산수유사랑공원에서 개최한다. 지난해 아흐레 동안 관광객 50만명이 찾았다. 주달수 구례군 축제담당은 "지리산 온천 관광지 초입 구례군 종합관광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수유마을과 산수유사랑공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고 말했다.

매화나무는 엷은 분홍빛이 감도는 흰 꽃을 터뜨린다. 꽃을 강조하면 매화나무, 열매를 맺으면 매실나무가 된다. 매화 향기는 고요한 분위기에서 '귀로 음미한다'고 해서 '귀로 듣는 향기'로 불린다. 올해 광양매화축제는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전국에서 매화가 가장 많이 피는 광양 다압면 매화마을에서 열린다. 매화마을을 중심으로 섬진강변 곳곳에서 매화가 흰 눈이 내린 것처럼 활짝 핀다. 도사리마을 산 중턱 '청매실농원' 꽃구경이 필수 코스로 꼽힌다.

영취산 진달래 - 전남 여수 영취산의 진달래. 이달 말이면 짙은 연분홍으로 물든다. /여수시

여수 영취산은 이달 말 연분홍 물감을 끼얹은 모습을 한다. 1960년대만 해도 산과 들을 헤매며 진달래꽃잎으로 허기를 달랬다. 진달래꽃잎을 올려놓은 화전을 부쳐 먹곤 했다. 요즘은 숲이 우거져 진달래가 모습을 많이 감췄다. 여수 영취산진달래축제는 이달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몽글몽글 진해 벚꽃, 유채의 바다 제주

벚나무는 봄에 연분홍 꽃을 한꺼번에 피우는 대표적인 봄나무다. 경남 진해의 36만 그루 벚꽃 봉오리는 매년 3월 20일쯤 벌어져 10여 일 뒤 활짝 핀다. 300만명이 몰리는 국내 최대의 벚꽃축제 진해군항제가 오는 31일 개막해 다음 달 10일까지 열린다.

군항제를 앞둔 지난 4일 오전 진해구 여좌천 일대엔 벚꽃 나뭇가지를 막 뚫고 나온 봉오리가 동그랗게 뭉쳐있었다. 여좌천은 군항제 주요 지점이다. 양옆 1.3㎞에 벚나무가 늘어서있다. 축제 날이 되면 사람들은 여좌천을 가로지르는 13개의 다리를 오가고 밤이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벚꽃놀이를 즐긴다. 30년째 진해 여좌동에 사는 강미옥(62)씨는 "흰 벚꽃잎과 갈색의 보행로, 형형색색의 조명이 어울려 무릉도원이 이럴 것이란 기분이 들게 한다"고 했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제주는 지금 유채(油菜)꽃 노란 물결이 넘실거린다. 제주 유채는 2월 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4월 초에 절정에 다다른다. 서귀포시 성산읍일출봉 길목인 광치기해변과 안덕면 산방산, 표선면 가시리, 제주시 우도 등 곳곳에는 온통 노란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유채꽃이 만발해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제주 유채꽃은 푸른 바다, 검은 돌담, 노란 유채 등 이 세 가지의 어우러짐을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다. 제주에서 유채를 환금작물(換金作物)로 다량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이다. 유채를 심어 팔기도 하고, 벌꿀을 생산하는 데 이용하거나 기름을 짜서 먹기도 했다. 요즘은 경관 작목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채꽃이 피면서 제주도 주요 지역에는 대단위 행사를 동반한 유채꽃 축제가 열린다.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가 오는 24~25일 이틀간 서귀포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펼쳐진다. 유채꽃과 제주의 봄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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