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사고나면 기업 책임..이상한 샌드박스法

이유섭 입력 2018.03.11. 18:03 수정 2018.03.11. 20:48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고의·과실 없어도 배상' 조항..여당, 공론화 없이 법안 수정

문재인정부의 핵심 규제 완화 정책인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성장·혁신창업을 막는 걸림돌 신세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상품·서비스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 아무 잘못이 없어도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 법 조항에 뒤늦게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위한 법안 5개 중 지역특구법을 뺀 4개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법안은 산업·금융·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막혀 있는 신기술·상품·서비스 출현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래 먹거리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드론, 자율주행차 등을 키우기 위한 정책수단이다.

그런데 소비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무과실 배상책임제' 조항이 갑자기 법에 포함됐다. 기업이 규제 샌드박스 속에서 혁신기술·상품·서비스를 제공하던 중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면 고의·과실이 없더라도 무조건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에 맞춰 신사업 진출을 시도하려던 기술인재와 창업기업 의지를 꺾는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규제 샌드박스 도입으로 '규제 완화→혁신성장→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설명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산업·금융·IT 분야 혁신을 막는 또 다른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부와 여당이 공론화 과정 없이 슬쩍 무과실 배상책임 부분을 추가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 <용어 설명>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 어린이가 다치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는 모래통에서 유래된 단어로 혁신적인 기술·상품·서비스 등을 규제 없이 시험해보는 시공간을 뜻한다.

[이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