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에서 동병상련까지.. 이명박·박근혜의 질긴 인연

박서강 입력 2018. 3. 11. 14:01 수정 2018. 3. 1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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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사진으로 보는 두 사람 만남의 역사
국정농단으로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5일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중앙지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 17일 검찰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07년 11월 11일] 이명박과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합모임 '명박사랑'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자택을 방문해 이명박 후보와의 화합을 촉구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2012년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고영권기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1년의 시차를 두고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1년 전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 내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사흘 후인 14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지난 보수정권 9년을 가리켜 두 사람의 이름을 합한 ‘이명박근혜’ 시대라 부르는 데는 ‘적폐와 불법을 양산한 대통령’이라는 공통된 평가가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막상 그들이 걸어온 정치적 행보에서 공통점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앙숙’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갈등과 반목만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이제 와서 동병상련의 처지에 놓이게 된 현실은 차라리 아이러니에 가깝다. 각종 불법 행위의 주체 또는 이를 묵인한 무책임한 지도자로서 차례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질긴 인연을 사진으로 정리했다.

# 30년 인연의 시작

영상으로 남은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78년 청와대에서 열린 구국여성봉사단 운영위원 위촉장 수여식 장면이다. 당시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은 대통령의 딸이자 구국여성봉사단 명예 총재였던 박근혜에게 위촉장을 받으며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이듬해 6월 한양대에서 나란히 앉아 제1회 새마음제전 행사를 관람했는데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이 둘 사이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로부터 30년 후 이명박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최태민 목사와 박근혜의 관계를 집중 제기했고, 다시 10년 후 박근혜는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직에서 파면 당한다. 국가기록원의 대한뉴스 영상 속에서 이런 운명을 전혀 알지 못하는 세 사람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1978년] 영상에 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만남. 1978년 당시 구국여성봉사단(새마음봉사단의 전신) 명예 총재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구국여성봉사단 운영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jtbc캡쳐
[1979년 6월10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음제전에 참석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가운데)과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KBS캡쳐

# 정치판에서 엇갈린 두 사람

살아있는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와 비극적 운명을 맞은 대통령의 딸은 한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그 후 1990년대 들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두 사람의 행보는 묘하게 엇갈렸다. 정치 입문은 이명박이 빨랐다. 1992년 여당이던 민자당 전국구(현 비례대표) 의원으로 영입된 이명박은 1996년 서울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자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는 이명박 사퇴 후 치러진 1998년 보궐선거에서 대구 달성에 출마해 당선되며 한나라당의 2인자로 급부상했다. 당시 종로 보선에선 노무현이 승리했다.

# 서울시장 이명박, ‘선거의 여왕’ 박근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명박은 청계천 복원 사업과 대중교통 체계 개편 등 굵직한 성과를 내며 미래 지도자의 입지를 굳혀 갔다. 이에 반해 박근혜는 한나라당 탈당과 신당 창당, 지방선거 참패 후 한나라당 복귀라는 우여곡절을 자초했다. 2004년 탄핵 역풍으로 고난이 깊어지는 듯했으나 요동치는 탄핵정국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선전하며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2005년 9월 20일]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던 서울 청계천 복원 공사 현장으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주요 당직자들을 초청해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07년 6월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대회에 입장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8월 10일]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전주시내 비빔밥집에서 화합을 위해 이 지역 전통 모주로 건배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07년 8월 13일]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경기 안양시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얼굴을 만지며 연설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고영권기자
[2007년 8월 20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 대충돌 2007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은 후 10여 년간 엇갈려 온 두 사람의 행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며 그야말로 ‘앙숙’ 관계로 발전한다. 최고 권력자의 딸과 잘 나가는 사업가로서 처음 대면한 지 30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처절한 난타전을 벌였다.

당시 이명박은 박근혜와 최태민 일가의 관계와 그로 인한 국정농단의 개연성을, 박근혜는 이명박에 대해 BBK와 다스, 도곡동 땅 등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두 후보 사이의 갈등은 이명박의 승리와 박근혜의 지지 선언으로 봉합되는 듯했으나 앙금마저 사라지진 않았다. 두 사람이 차례로 대권을 잡은 2008년 이후 이러한 갈등 양상은 당내 또는 당청의 관계에서 더욱 뚜렷해졌다.

# 보복이 보복을 부르다

갈등의 씨앗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전 양상으로 발전했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김재원 등 친박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박근혜는 정치보복, ‘친이 공천’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미디어법, 규제완화 정책 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이어갔다.

박근혜 정부 들어 또다시 공천 파동이 재현됐다. 이번엔 친이계가 희생양이었다. 친박계는 2016년 20대 총선 공천에서 친이계 및 ‘멀 박(멀어진 친박)’을 배제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결국 패배했고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친이계 대부분은 탄핵에 찬성 표를 던진 후 탈당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11년 전 서로를 향해 제기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화합과 포용 대신 대결과 반목을 택한 정치 지도자의 몰락이 역사적 교훈임에 틀림없으나 국민이 잃어버린 9년의 시간은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mailto: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성기자 poem@hankookilbo.com(mailto:poem@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mailto:will@hankookilbo.com)

[2009년 2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손용석기자
[2012년 12월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제공
[2015년 8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장에 입장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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