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정치인 안희정은 어쩌다 '성범죄자'로 추락했나

김다혜 기자,유경선 기자 2018. 3. 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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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씨(33)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 A씨는 안 전 지사가 "지위가 버겁다"라며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유력 대권 주자이자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했던 안 전 지사가 어떻게 메가톤급 성폭행 및 성추행 의혹의 주인공이 됐는지 관심이 쏠린다.

이어 "일반 직업을 가진 성폭행범이 하는 전략적 발화행위와 파워엘리트의 발화행위가 대동소이하지만 엘리트의 경우보다 정교하다"며 "안 전 지사가 나름대로 전략적 발화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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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발언, 安 심리상태 전문가들 분석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검찰에 출석하며 "국민과 도민 여러분들께 죄송하다,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2018.3.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유경선 기자 = "미안하다. 괘념치 마라. 내가 부족했다. 잊어라.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

김지은씨(33)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 A씨는 안 전 지사가 "지위가 버겁다"라며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유력 대권 주자이자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했던 안 전 지사가 어떻게 메가톤급 성폭행 및 성추행 의혹의 주인공이 됐는지 관심이 쏠린다.

◇ "'괘념치마라' 지시형 발화서 우월 지위 자신감 드러나"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김씨가 전한 안 전 지사의 발언에 '권력적·우월적 지위에 기반한 자신감'이 담겨있다고 봤다.

'괘념치 마라, 잊어라 등' 문장 표현을 보면 청유형이나 동조형이 아니라 지시형"이라며 "자신의 죄책감을 지우고 상대방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항상 얘기했다"며 "지사가 얘기하는 것에 반문할 수 없고 늘 따라야 하는 존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통상 성범죄자들은 '결혼하면 매일 하는 건데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내가 입고 있는 바지는 돈이 없어서 훔쳐 입은 것이다'처럼 범행을 별일 아닌 것처럼 치부하거나 동정심을 호소하는 등 전략적 발화행위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직업을 가진 성폭행범이 하는 전략적 발화행위와 파워엘리트의 발화행위가 대동소이하지만 엘리트의 경우보다 정교하다"며 "안 전 지사가 나름대로 전략적 발화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30년 정치 인생 무너뜨린 비행, 드러날 줄 몰랐을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괘념치 마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일이지만 네가 감수해야 한다, 너만 감수하면 된다, 어디가서 얘기하지 마라는 이야기도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경계선을 넘나들었을 때 매번 은폐됐기 때문에 '피해자만 잊으면 된다'는 것을 너무 확신했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 잃지 않았기 때문에 잃은 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안 전 지사가 권력자의 나르시시즘에 빠져 범죄라는 자각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그런 정신병리적 설명도 가능하지만 개인의 일탈 너머를 봐야한다고 본다"며 주변 조직에서 잘못된 행위를 은폐하는 가치체계가 장기간 공유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지은씨는 "SOS를 보내기 위해 여러 번 신호를 보냈고 눈치 챈 한 선배가 혹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는데 그 때 얘기를 했고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가 지칭한 선배인 신용우 전임 수행비서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신이 조심하면 되고 단호하게 거절하면 되지'라고 계속 얘기했다"며 김씨의 도움요청을 외면한 데 죄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8일 오후 충남도청에서 예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기자회견이 취소되자 도청 관계자들이 단상을 치우고 있다. 2018.3.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캠프 내 성폭력·물리적 폭력 만연했다…둔감해졌나"

안 전 지사의 민주당 경선캠프에서 일했던 일부 구성원은 8일 성명을 내고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음에도 그저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지위가 인성, 성 윤리에 비례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성윤리를 위반했을 때 아무 일이 없으면 둔감해지고 '또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권력이 있는 경우 피해자를 더욱 상실감,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며 "피해자가 무력감에 빠질수록 더욱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웅혁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왜곡된 갱 문화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지도자를 따르는 사람들은 지시에 복속하는 것이 당연하고 대의를 위해서는 작은 것들은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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