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의 역사적인 '만남' 성사 시킨 문 대통령 '중매외교'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사상 첫 북미회담이 성사되면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문재인 대통령의 ‘중매 외교’가 주목 받고 있다.

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신경전을 펴면서 교착 상태에 빠지자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통해 돌파구를 찾은 문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수석 특사로 하는 특사단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비핵화를 북미대화의 의제로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정 실장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평양에서 귀환한 지 이틀 만인 8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한 뒤 사상 첫 북미 대화 성사를 발표했다.

북미 대화가 성사될 수 있었던 직접적인 배경에는 특사단이 김정은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답'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대화에 적극 임할 용의가 있다"며 "북미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고 북미관계의 정상화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특사단 발표 전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이 전개될 지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 국면이 북·미 접촉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한반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분노와 화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고 북한은 미국령 괌을 포격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특사단 카드를 빼들었다.

문 대통령은 대미통인 정의용 안보실장과 대북 통인 서훈 국정원장을 나란히 발탁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을 대북 특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일 때 문 대통령은 장관급 인사 두 명을 동시에 특사단에 넣었다.
북한, 미국과 각각 말이 통하는 두 사람을 북한과 미국의 ‘중매쟁이’로 투입한 것이다.

이들은 김정은과 4월말 남북정상회담을 합의한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견을 통해 5월 북미 대화를 성사시켰다.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인선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라는 두 바퀴를 동시에 굴러가게 만든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김정은이 전가의 보도로 여기던 핵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통한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8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남북 간의 대화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지원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의용 실장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과 최대 압박 정책이 국제사회의 연대와 함께 우리로 하여금 현 시점에 이를 수 있도록 하였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트럼프 대통령님의 리더십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님의 개인적인 감사의 뜻을 전달하였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 문 대통령의 진심과 뚝심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 성사의 밑바탕이 됐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정 실장이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신뢰가 없었다면 김일성이 ‘김씨 왕조’를 건설한 이래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3대(代) 만에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고, 북미 대화의 장으로 나갈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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