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배현진과 함께 자유한국당 입당한 길환영 전 사장은 누구?

남지원 기자 2018. 3. 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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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길환영 전 KBS 사장(맨 왼쪽)이 홍준표 한국당 대표,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배현진 전 MBC 앵커와 함께 입당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참사’ 책임을 지고 중도해임됐던 길환영 전 KBS 사장이 9일 배현진 전 MBC 앵커와 함께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이날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길 전 사장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탄압과 언론장악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상징적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길 전 사장은 입당식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좌파진영에 의한 언론장악으로 올바른 여론형성이 차단됐다”며 화답했다. 자유한국당은 길 전 사장을 충남 천안갑 재선거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누구인가 한국당의 설명과 달리 길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6월 사장직에서 해임됐다. 길 전 사장의 해임을 재가한 것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문재인 정부 언론탄압의 피해자’라는 설명은 출발부터 틀린 셈이다.

자사 PD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12년 11월 KBS 사장직에 오른 길 전 사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부터 시작됐다.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던 5월 초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분노한 희생자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KBS 앞으로 향했고, 길 전 사장이 면담을 거부하자 청와대로 가 도로에서 밤을 새웠다.

이 문제는 김 전 국장이 보직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길 전 사장이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해 청와대에 유리한 뉴스를 만들도록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청와대의 공영방송 보도 개입 사건’으로 비화한다. 당시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을 두고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폭로가 나오자 KBS 내부가 들끓기 시작했다. 보직부장 수백명이 총사퇴하는 한편 KBS 양대 노조는 ‘길환영 퇴진’을 요구하며 사상 첫 공동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으로 방송 차질이 계속되자 KBS 이사회는 6월5일 길 전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재가했다. 길 전 사장은 해임무효소송을 냈으나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법원은 “해임 처분 당시 KBS는 정상적 기능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길 전 사장은 사장으로서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창중 성추행 뒤로 빼고, 박근혜 동정 늘리고…실제 보도개입 사례 보니 길환영 전 사장의 보도개입 사례는 김시곤 전 국장의 징계무효소송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이른바 ‘김시곤 비망록’, 2014년 KBS 기자협회의 진상조사보고서 등에 매우 상세히 기록돼 있다. 비망록에 따르면 길 전 사장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에서 인턴 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수차례 관련 보도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전 국장은 비망록에서 “사장이 대통령 방미 속보를 1번째와 2번째 꼭지로 올리고, 윤창중 성추문을 3번째~5번째로 방송하도록 지시했다” “내일부터는 윤창중 사건 보도를 1번째로 다루지 말라” 등의 지시를 했다고 기록했다. KBS 기자협회가 당시 방송됐던 <뉴스9>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SBS가 윤창중 사건을 첫 꼭지로 다룬 날 KBS는 9번째 꼭지로 다루는 등 윤창중 관련 리포트가 뒤로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협회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길 전 사장은 ‘비선’을 동원해 <뉴스9>의 큐시트 가안을 거의 매일 받아 사전 검열을 했다. 뉴스의 예고와 하단 자막 스크롤 내용, 헤드라인 순서를 정하는 데도 개입해 ‘대통령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전 국장의 폭로 내용 중에도 “길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는 원칙이 있었다. 대통령 뉴스는 무조건 러닝타임 20분 안에 소화하라는 주문이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 뒤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개입도 노골적이었다. 진상조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길 전 사장은 보도본부장을 찾아가 “해경을 비판하지 말아달라”고 지시했다.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 전 국장에게 전화해 해경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하자 사장이 재차 요청한 것이다. 길 전 사장은 당시 “지시한 것은 맞지만 유족들과 여러 곳에서 나온 의견을 단순히 전달한 것이었고, 해경 비판 보도는 정상적으로 잘 나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016년 ‘이정현 세월호 보도개입 사건’으로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전 수석은 방송법 위반 혀의로 지난해 말 기소됐다.

KBS 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때 공영방송의 수장이었던 인물이 수구 정당에 빌붙어 정치에 발 담가 보려는 현실이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부끄럽고 창피하다”며 “길 전 사장이 향후 정치 활동이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과거 자신의 해임사유를 왜곡하거나 그 책임을 엉뚱한 곳에 떠넘길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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