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성추행 일삼던 그 '선생'은 아직도 학생들 가르칩니다"​​

임형준 2018. 3. 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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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중학생이던 날 자취방에 불러 몸 더듬어..졸업후에도 계속 카톡 보내"

여중 졸업생들 미투고발 확산

"8년간 말하지 못한 상처를 꺼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최근 '미투 운동'(성폭력 고발 운동)을 보고 '나처럼 힘없는 사람도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고 느꼈어요. 항상 내가 잘못해서 그런 일을 당한 거라고 위안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고 나서 당당하게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글을 올렸습니다."

중학교 재학 시절 교사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 피해를 당했던 A씨는 지난 6일 8년 만에 가슴에 묻어뒀던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인기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도, 대형 게시판도 아니었지만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본 지인들이 피해 사실을 열심히 주변에 공유해줬다. 결국 가해 교사는 "사과한다"며 A씨에게 연락해 왔다. 그러나 A씨가 자수를 요구하자 선처를 호소하던 교사는 연락을 끊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피해자 A씨에 따르면 가해자인 서울 M여중 교사 오 모씨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당시 중학생이었던 A씨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불러 몸을 더듬고 옷을 벗긴 뒤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나는 네 걸 ××해줬는데 왜 너는 안 해주냐"며 유사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고등학교에 가면 ××를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씨는 자신의 행위를 '교육'과 '사랑'으로 포장했다. 피해자에게 자신의 성기 등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면서 이름을 설명해주는가 하면, 차량이나 자취방 등 여러 공간에서 성추행을 마친 뒤에는 "사랑한다"고 말했다. A씨가 공개한 당시 메신저 대화 내용 캡처에는 "너무 섹시해서 늑대로 변할 것 같다" "어느 정도까지 허락해 줄 거냐"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내용과 나체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본인의 성폭력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는지 "휴대폰을 잘 잠가라"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강요하고 "학원에 가야 한다"며 만남을 거절하는 A씨에게 "5분만 보자"고 만남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중학교 졸업과 함께 끝나는 듯했던 A씨의 '악몽'은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계속됐다. 오씨는 A씨가 고교생과 성인이 됐을 때도 휴대폰 문자메시지, 카카오톡·페이스북 메시지로 계속 연락해왔다. 지난 고통을 떠오르게 하는 학창 시절 성폭력 교사의 연락에도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연락을 무시하는 일뿐이었다.

A씨의 용기는 다른 M여중 졸업생들에게 닿았다. 수많은 졸업생이 A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자신들이 입었던 피해를 공유하고 공감과 응원의 뜻을 전해왔다. 졸업생들은 오씨가 "처녀는 흰색 속옷을 입어야 한다. 첫날밤이 그래야 황홀하다" "목에 반창고를 붙이면 키스마크인 줄 안다" 등 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일삼았으며 체벌을 가장한 폭행으로도 악명이 높은 교사였다고 잇따라 증언했다. 오씨는 A씨를 성추행하던 당시 '학교폭력 예방 교육 연극'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오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이 확산되자 바로 피해자에게 연락해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죄악"이라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는 "중학생을 좋아해서는 안 되는데 그로 인해 상처를 줬으니 당연히 퇴사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나만의 마음이었는지를 묻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내와 자녀들에게까지 멍에를 쓰게 하고 싶지 않다" "게시글을 더 올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거나 자신의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는 등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A씨가 자수하라고 여러 번 요구하자 "3월까지 모든 것을 정리하겠다"던 오씨는 A씨와의 연락을 끊고 변호사를 고용했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씨 부모의 충격은 컸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다. 부모는 지난 9일 M여중을 찾아가 가해자를 사직이 아닌 해임·파면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A씨는 오씨가 자수하지 않으면 경찰 신고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M여중 관계자는 "해당 교사의 사직 의사를 전달받은 뒤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규정과 절차대로 처리하고 있다. 일체의 인사 관련 사항은 자세히 답변할 수 없다"면서 "현재 학교장이 출근을 정지시킨 상태"라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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