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두언 "MB,직접 책임지느냐 측근에 뒤집어씌우느냐 고민할 것"

하윤해 기자 2018. 3. 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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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前 의원 단독 인터뷰.. '14일 MB 소환' 심경 토로
정두언 전 의원이 7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경, 최근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한 소회 등을 말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이 이 전 대통령을 계속 비판하는 이유를 "역사적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소명감"이라고 설명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박근혜 사건이 검찰과 대결이라면 MB사건은 그 측근들과의 싸움
지난 일 밝히는 건 MB 대신 측근이 처벌받지 않길 원하기 때문
檢 수사는 정치보복 성격도 있어… 경천동지 사건 무덤까지 가져갈 것
나는 배신한 게 아니라 배신 당해

정두언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 ‘내가 책임을 질 것이냐’ 아니면 ‘측근들한테 책임을 다 뒤집어씌울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4일 검찰 소환을 통보받은 이 전 대통령의 복잡한 심경에 대한 정 전 의원의 예측이다.

정 전 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이명박정부 창업공신이었다. 그러나 MB 당선 직후 정 전 의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러 복잡한 속사정이 있었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 내내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쓴소리도 많이 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최근 정 전 의원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 전 의원은 7일 서울시내 호텔 커피숍에서 국민일보와 만났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며 모든 것을 책임졌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 사건은 ‘박근혜 대(對) 검찰’의 대결인데, 이명박 사건은 ‘이명박 대 측근들’ 간 싸움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대선 전후에 있었던 ‘경천동지할 세 가지 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경천동지할 세 가지 사건 중 하나는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큰 실수”라며 “하지만 사건 내용은 무덤까지 가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괜한 궁금증만 불러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천동지할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서야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나는 수습만 했다. 당시는 항의할 겨를이 없었다. 사건들이 해결된 뒤 본인들이 잘못을 직접 깨닫기를 원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이 끊임없이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2015년 초 내가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과 관련해 최종 무죄 선고받은 뒤 이 전 대통령께 ‘뵙고 싶다’는 연락을 두 번 드렸다. 그런데 측근을 통해 ‘지금은 만날 때가 아니다’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공개했다. 정 전 의원은 “나는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메시지를 전달할 방법이 없다”며 “그래서 언론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을 지낸 분답게 책임을 져라. 밑의 사람한테 책임을 떠넘기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했다. 또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역사적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소명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측이 나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걸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 전 대통령 대신 측근들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이 처벌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도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거의 반년 동안 이 전 대통령 주변을 샅샅이 수사하는 것을 봐서는 정치보복이라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사건은 잘못에 대한 처벌과 정치보복 두 성격이 모두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중 전 실장은 최근 ‘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정 전 의원에게 보냈다. 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애증이 있지만, ‘저 분도 결국 궂은일을 당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왜 서울시장 때처럼 대통령 직을 수행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묻고 싶다”고 답했다. “서울시장 때 이 전 대통령은 굉장히 리버럴하고 소통이 잘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이후부터 완고하고 불통이 돼버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나는 이 전 대통령을 배신한 게 아니라 이 전 대통령에게 배신당한 것”이라고 했다. 또 “나는 배신자라는 말은 참을 수 있어도,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참을 수 없다”며 그동안 자신이 밝혔던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를 아끼는 주변 인사들이 ‘살아있는 권력과 싸울 때는 멋있었는데, 죽은 권력과 싸우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는 말을 한다”며 “나도 괴롭다”고 인터뷰를 맺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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