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전망]공 넘겨받은 미, 테이블 앉기 전 '탐색 대화'부터 시작할 듯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8. 3. 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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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트럼프, 전제 조건 모두 들어준 김정은에 ‘긍정적 화답’
ㆍ주한 미국대사·6자 대표 등 공석…외교라인 ‘준비 부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사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북·미대화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대화 시작 조건들을 충족시키며 적극적 의사를 밝힌 데 따른 반응이다. 다만 북한의 의중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트럼프 정부의 협상 준비 부족까지 고려하면 실제 북·미가 마주 앉는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 대북특사단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응은 희망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북·미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헛된 희망일지라도 열심히 갈 준비가 됐다”고도 했다.

실제 북한은 트럼프 정부의 대화 시작 조건들을 충족시켰다. 트럼프 정부로서도 이제는 ‘대화를 위한 대화’ 즉 탐색대화를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우선 북한은 비핵화 문제 협의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핵무력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던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이는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란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대한 대답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또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미대화에 맞춰 핵·미사일 동결을 선언한 것으로 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그간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대화 시작의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북한은 동계올림픽 이후 열린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조건을 달지 않고 예년 수준이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평화 공세가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해온 북한의 약속을 받아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마침내 대화가 시작되려는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붙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미국을 방문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설명을 들은 후 입장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 실장이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로선 특사단 방미 이후 미국의 북·미대화 준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앞서 한·미·일 간의 입장 조율을 먼저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미국이 고위급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는 등의 형식으로 북·미 간 탐색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미대화 시기에 대해서는 미국의 준비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조만간 열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 채널 등을 통한 초보적인 접촉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외교라인이 공석 상태다. 주한 미국대사는 13개월째 공석이고, 지난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까지 은퇴했다. 당장 협상팀을 어떻게 꾸릴지부터 숙제다. 북핵 외교 경험자들이 부족한 데다 최대의 압박만 강조한 탓에 북·미대화를 위한 구체적 전술과 정책의 준비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북·미대화는 다음달 말 남북정상회담 이후에야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예측했다.

북한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북·미대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시간만 벌어주고 성과 없이 끝날 것이란 회의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정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본격적인 대화 시작에 앞서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의 입장 변화를 “이전에도 봐온 외교영화”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협상 의사도 “먼저 핵·미사일 위협을 키운 후 한국에 비둘기파 정부가 들어서면 내놓는 낯익은 북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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