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좌파진영에서만 미투 폭로가 나오냐고?"

2018. 3. 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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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페북에 글 올려
"보수 진영에선 자신을 지켜줄 거란 믿음 없어 못나서"

[한겨레]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 참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참가자들과 함께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위드유(#with you) 손피켓을 들고 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달 29일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법조계에서 시작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됐다가 지난 5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현직 비서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의 성폭력이 줄줄이 폭로되자, 미투 운동을 “정치공세”라며 경계했던 자유한국당은 “미투 운동을 좀더 가열차게 해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며 미투 운동의 선봉에 섰다.

‘미투 가해자는 좌파 진영에서만 나온다’는 좌우이념 공세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SNS에 명쾌한 글을 올려 화제다. 박진 활동가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왜 좌파진영에서만 벌어지냐고?’라는 글을 올리며 미투를 이념으로 나누는 정치적 공세에 일침을 가했다.

박진 활동가 페이스북 갈무리.

박 활동가는 “나는 이 일이 이 곳과 저 곳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 여성의 9할이 겪는 일이고,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의 범위도 그만큼 넓은 일이다”고 밝힌 뒤 “그럼에도 (소위 우파 진영에서는 미투 폭로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소위 진보진영, 좌파진영의 가해자들에 대해서 말할 때, 그걸 지켜줄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믿음이 있다. 미투는 폭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그들(우파) 속에는 용기를 낼, 감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구도 없다는 절망이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고 덧붙였다.

박 활동가는 6일 자유한국당의 전국여성대회 행사를 보고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고 했다. 여성들의 고통, 국민들에게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피해자의 절규, 잊었던 기억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단 한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 활동가는 “자유한국당 여성당원과 당직자들 중 누군가는 얼마나 가슴 아프게 (그 행사에) 앉아있었을까. 그 중 (그런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내 모든 걸 걸고 장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여성대회에서 웃고 떠들고 환호하며 미투를 조롱했다”며 “연회석 장을 가득 메운 여성들의 웃음소리는 그래서 가슴 아팠다. 그들 중 가슴을 쥐어짜며 고통에 차서 앉아있었을 누군가가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박 확동가는 자유한국당이 미투의 본질과 그 문제의 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박 활동가는 “홍준표 대표는 미투를 계기로 잘못된 성문화가 바로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릇된 성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끝없이 쏟아지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은 ‘설겆이는 여자가 하는일. 그건 하늘이 정한 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일이다”며 “돼지발정제를 먹여서 강간을 모의한 과거를 치기어린 젊은 시절의 무용담으로 지껄이는 따위의 일들 등 지독한 가부장적 질서와 남자·여자가 동등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 너 때문에 생긴일”이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박진 활동가 페이스북 글의 전문이다.

<왜 좌파진영에서만 벌어지냐고?>

홍준표네 여자만세라는 전국여성대회 행사 동영상을 보니,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좌파진영에서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미투운동이 더 가열차게 되서 좌파진영이 더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함성과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미투 가 시작되고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고통, 국민들에게 저를 지켜달라고 한 그녀의 절규. 그걸 바라보는 고통, 잊었던 기억이 떠 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고통은 어디 한군데 찾아볼 수 없다. 거기서 박수를 치는 자유한국당 여성당원들과 당직자들 중 누군가는 얼마나 가슴아프게 앉아있었을까. 그중 분명 있었으리라. 내 모든 걸 걸고 장담할 수 있다.

홍준표나 그들은 미투를 계기로 잘못된 성문화가 바로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그들은 안된다. 이 문제는 그릇된 성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은 “설걷이는 여자가 하는 일, 그건 하늘이 정한 일이다”에서 비롯된 일이다. 돼지발정제를 먹여서 강간을 모의 한 과거를 치기어린 젊은 시절의 무용담으로 지껄이는 따위의 일들. 성적 대상으로 여성을 간주하고,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함부로 대해도 되고, 여자들이 할 일과 남자들이 할 일이 나뉘어 있다고 보는, 지독한 가부장적 질서.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은 너때문에 생긴일이다.

그들은 그런데 왜 이토록 조용할까. 친구가 물었다. 왜…너희쪽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니?

물론 나는 이 일이 이 곳과 저 곳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 여성의 9할이 겪은 일이고,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의 범위도 그만큼 넓은 일이다. 그런데 왜.

말할 수 없기때문이다. 그나마 소위 진보진영, 좌파진영의 가해자들에 대해서 말할때, 이걸 지켜줄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믿음. 그건 오히려 성찰이 가능하고 반성도 가능하고 변화도 가능하다는 반증이다. #미투 는 폭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이기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속에는 용기를 낼, 감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구도 없다는 절망이 있기때문에, 드러나지 않을뿐이다.

그들은 심지어 여성대회에서 웃고 떠들고 환호하며 #미투 를 조롱했다. 연회석 장을 가득 메운 여성들의 웃음소리는 그래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들 중 가슴을 쥐어짜며 고통에 차서 앉아있을 누군가가 그래서 나는 염려된다.

왜, 그렇냐고? 너희들의 범죄와 너희들의 사악함이 용기조차 가로막기때문이다. 홍준표에게 묻는다. 너는 도대체 누구와 #with_you 를 할 것인가. 나는 알지 못하겠다. 내가 만일 세상 끝에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 위기에 처해도 너희들과 함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너희들은 이 사회를, 여성들을 2등 시민으로 만든 주역들이기때문이다.

*나이들면서 무언가를 자신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오늘만은 자신도 하고 장담도 하고 책임지겠다. 자유한국당과 그 극우들에 의해 아픈 기억을 가진 누구라도 오십시요. 제가 목숨을 걸고 지켜 드리겠습니다.

#meetoo

#with_yooo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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