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철이와 미애처럼.. '눈알 선글라스'가 돌아왔다

김은영 기자 2018. 3.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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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눈알만 가리는 90년대 복고… 작고 가느다란 선글라스 부상 가로로 긴 ‘매트릭스’형, 뾰족한 ‘캣츠아이’형으로 얼굴형 보완

얼굴을 반쯤 가리던 큰 프레임의 선글라스는 당분간 서랍에 넣어두자. 작고 가느다란 타이니 선글라스(Tiny Sunglasses)가 올 봄 트렌드로 돌아왔으니. 80년대 가요계 혼성 듀오 ‘철이와 미애’의 DJ 철이, 만화 ‘둘리’의 마이콜을 연상시키는 작은 선글라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박명수와 정준하가 촌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면 어김없이 쓰고 나왔던 바로 그 선글라스다. 믿기지 않는다면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아이콘들의 최신 스타일링을 살펴보자.

켄달 제너, 벨라 하디드, 지드래곤(왼쪽부터)/사진=인스타그램

이 작은 선글라스가 얼마나 대세인지는 지난 1월 할리우드 최고 패셔니스타 칸예 웨스트가 아내 킴 카다시안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칸예가 나에게 큰 선글라스를 쓰는 것을 그만두라는 이메일을 보냈어요. 아주 작은 안경을 쓴 1990년대 사진 수백만 장과 함께요.”

◇ 철이와 미애, 마이콜, 매트릭스… 90년대 소환한 ‘눈알 선글라스’

타이니 선글라스는 눈알만 간신히 가릴 정도로 작은 크기의 금속테 선글라스로 해외에선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렌즈가 작아 안경알을 연결하는 브릿지(안경 코) 부분이 길게 노출돼 있어, 이 부분을 디자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마이콜’을 떠올리는 둥근 형태부터 가로로 긴 캣츠아이(고양이 눈) 프레임, 렌즈에 옅은 색이 들어간 틴트 선글라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유행을 주도한 건 할리우드 스타들이다. 모델 벨라 하디드는 타이니 선글라스를 거의 매일 쓰고 등장해 ‘눈알 선글라스’ 유행에 불을 지폈다. 팝 가수 리한나는 칸 영화제 ‘옥자’ 프리미어 레드카펫에서 흰색 디올 드레스에 흰 프레임이 들어간 작은 선글라스를 착용해 패셔너블한 감각을 선보였다. 지드래곤, 씨엘, 송민호 등 국내 스타들도 작은 선글라스로 멋을 냈다.

젠틀몬스터의 타이니 선글라스를 쓴 마돈나(왼쪽)와 칸 영화제에서의 리한나/사진=인스타그램, 디올

튀는 게 직업인 ‘그들만의 유행’이라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패션 시장을 리드하는 명품 브랜드의 런웨이에도 작은 선글라스가 대거 등장했으니, 잠깐 지나칠 유행은 아닐 거란 예감이 든다. 발렌시아가와 알렉산더 왕의 쇼에는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선글라스가, 프라다의 쇼에는 원색으로 포인트를 준 ‘캣츠아이’ 형 선글라스가 등장했다.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렌즈 중간에 빨간 선이 들어간 트리플 선글라스를 올봄 대표 제품으로 선보였다.

타이니 선글라스는 렌즈의 면적이 작아 태양을 잘 피할 수도, 얼굴을 제대로 가릴 수도 없다. 선글라스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도 못하는 이 ‘기능성 제로’ 안경이 떠오르는 이유는 1990년대 팝 문화의 유행에서 찾을 수 있다. 대중문화와 패션 전반에 복고풍이 유행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당시의 스타일이 ‘힙’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만든 트렌드지만, 사실 타이니 선글라스는 미래지향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1999년 개봉한 SF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들은 가늘고 긴 선글라스에 광택 있는 롱 코트를 입고 등장해 AI 시대의 초현대적인 인류를 선보인 바 있다. 최근 지지 하디드, 켄달 제너 등이 선보인 선글라스 룩도 세련되고 당당한 여성상으로 표현됐다.

◇ 해외에선 없어서 못 파는 타이니 선글라스… 국내에선?

소셜미디어 시대가 만들어낸 유행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올슨 자매와 패리스 힐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얼굴을 반쯤 덮는 선글라스로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피해 다녔고, 이들의 ‘은폐 룩’이 대중에게 퍼졌다. 하지만 지금의 스타들은 꾸밈없는 일상을 자신의 SNS에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때론 민낯까지도 거침없이 드러내는 스타들에게 얼굴을 가리는 선글라스보다 자신의 개성을 배가시키는 작은 선글라스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거라는 분석이다.

발렌시아가 2017 F/W(왼쪽), 프라다 2018 S/S 런웨이에서 포착된 타이니 선글라스/사진=각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구진영 파트장은 타이니 선글라스를 대하는 해외와 국내 고객의 온도 차가 크다고 말했다. “해외 매장에서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알렉산더 왕 협업 제품에 대한 문의도 빗발친다. 하지만 국내에선 호기심에 착용해보는 이들은 많아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에선 여전히 큰 안경테가 주류를 이루지만, 작은 안경테의 유행이 끼친 변화는 분명하다. 구 파트장은 “2~3년 전과 비교해 렌즈의 크기가 많이 작아졌고, 프레임도 투박한 뿔테에서 금속 테가 선호되고 있다. 점점 작고 가벼워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유행이라도 작은 선글라스를 착용할 용기를 내긴 쉽지 않다. 특히 얼굴이 크고 광대뼈가 도드라진 동양인의 경우 자칫 단점만 부각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얼굴이 커 보일까 걱정이라면, 프레임이 둥근 형보다는 가로로 긴 매트릭스 형이나 양 끝이 뾰족하게 올라간 캐츠아이 형을 선택해 보자. 바이올렛, 그린 등 은은한 색이 들어간 틴트 선글라스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애티튜드. 아이라인을 강조한 메이크업에 타이니 선글라스를 코에 살짝 걸치면 리한나와 벨라 하디드 같은 도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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