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합의]김정은 "대화 상대로 진지한 대우 받고 싶다"

김재중 기자 2018. 3. 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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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모든 조건’ 걷어낸 북, 왜
ㆍ남북관계 개선 지렛대 삼아 미국과도 ‘대화의 틀’ 마련…대북제재 속 경제 활로 모색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에서 두번째) 등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세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에 남측이 듣기를 원했던 거의 모든 답변을 들려줬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비핵화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비핵화와 관련해 논의할 의사가 있으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잠정 중단)도 언급했다.

4월로 연기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치러진다고 해도 개의치 않겠다고 했다. 정상 간 ‘핫라인’ 개설 역시 남측이 원하던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특사단을 통해 “대화의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포함해 남측이 원하는 거의 모든 사안에 화답한 것은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김 위원장이 세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핵 문제에 대해 미국 및 국제사회, 그리고 남한 내부에 존재하는 우려에 일정 부분 호응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이 이해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고 ‘핵무력 완성’을 공식 선언할 때부터 이 같은 전략적 로드맵을 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복원·발전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한 이래 남북관계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다. 북한은 예술단이나 응원단 등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생길 때면 과거와 달리 남측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해 문 대통령과 면담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북한이 이처럼 남측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일단 김 위원장의 자신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당·정·군을 장악하고 정권 기반을 공고히 하지 않았다면 김 위원장이 이처럼 파격적으로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의 극심한 대북 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발전 등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상황에서 미국과 진지한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제스처와 유화 메시지를 혼란스럽게 보내고 있는 데다 관계 개선 의지도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런 만큼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정책적 목표로 분명히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가려는 계획을 세웠을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핵심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상황을 돌파하기로 했다는 점”이라면서 “이제 미국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남았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면서 남북관계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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