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합의]부인 리설주 이례적 참석..'정상국가 이미지' 과시

김지환 기자 2018. 3. 6. 22: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4시간12분’ 접견·만찬
ㆍ방남특사였던 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 두 자리 모두 동석
ㆍ만찬주로 귀빈 접대용 북한식 인삼주 ‘수삼삼로’ 내놓아

화기애애한 분위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사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재한 만찬을 하며 밝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김 위원장, 정 실장.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4시간12분 동안 접견·만찬을 했다. 남측 당국자와 김 위원장 간 면담은 처음이다. 접견·만찬은 노동당 청사 본관에 있는 진달래관에서 이뤄졌는데, 남측 인사에게 처음 공개됐다. 만찬장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사단은 5일 오후 6시부터 노동당 본관에서 김 위원장과 접견했다. 이후 만찬은 오후 10시12분까지 이어졌다. 접견·만찬이 무려 4시간12분 동안 진행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일행이 지난달 10일 방남했을 당시 청와대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견·오찬이 2시간50분간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1시간 이상 더 만난 것이다.

정 실장은 접견 자리에서 문 대통령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정 실장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주는 사진을 보면 오른손으로 악수하는 김 위원장의 왼손에 청와대를 상징하는 봉황 마크가 새겨진 흰색 서류가 들려 있다. 김 위원장은 자리로 돌아가 안경을 쓴 뒤 곧장 친서를 읽었다. 이후 친서를 왼쪽에 앉은 김 제1부부장에게 건넸다.

접견 초기 친서 전달 전후로 정 실장이 혼자 일어서서 발언을 하는 모습도 북한 조선중앙TV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이 발언할 때 특사단 5명 모두가 꼼꼼하게 받아적는 모습도 보였다. 접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웃는 모습이 자주 확인된 만큼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는 분홍색 정장 차림으로 만찬에 참석했다. 특사단 5명은 만찬장 앞에서 리설주와 일일이 악수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등 예를 갖췄다.

리설주 참석을 두고 특사단을 예우한다는 것과 동시에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북한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수반 내외가 만찬에서 함께 외국 정상급 인사를 환영하는 다른 나라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 집권 후 7차례 이뤄진 외국 사절과의 면담에서 리설주가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은 2015년 9월 쿠바의 ‘2인자’ 미겔 디아스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이 방북했을 때다. 외교 무대가 아닌 국내 행사엔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부인을 거의 공개하지 않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 제1부부장은 접견에 이어 만찬에도 동석해 탄탄한 입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달 9일 방남한 데 이어 한반도 정세의 앞날을 좌우할 중대 이벤트에 연속으로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김씨 일가’라는 자산을 등에 업고 앞으로도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측은 수삼이 통째로 담긴 술인 ‘수삼삼로’와 와인을 만찬상에 올렸다. 북한이 귀빈을 대접할 때 주로 내놓는 술이다. 김 위원장이 건배를 제의한 뒤 정 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잔을 부딪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 내외는 만찬 뒤 특사단이 만찬장 밖(건물 내부)에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타자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특사단의 방북 일정에 북측 대남라인이 총출동했다. 특사단의 김 위원장 접견엔 김 제1부부장 외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이어진 만찬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 등이 추가 참석했다. 리설주를 제외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했던 인사들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