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합의]"북·미대화 충분한 여건 조성..미국에 전할 북 입장 따로 있다"

유신모 기자 2018. 3. 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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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정의용 실장, 주말쯤 방미…‘특사 방북 결과’ 설명
ㆍ김정은,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뛰어넘는 ‘파격적 제안’
ㆍ트럼프, 대화 진전 평가하며 “어느 쪽이든 열심히 갈 것”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청와대에서 특사로 1박2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 뒤) 등과 악수를 하며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5~6일 평양을 방문한 정부 대북특별사절단에 북·미관계 정상화 및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힘에 따라 북·미 직접대화가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쟁 위기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돌아서고 북한 핵 문제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대북특사단의 수석특사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브리핑을 통해 6개 항의 남북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북·미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정 실장이 이날 발표한 합의 내용에는 북·미관계, 비핵화 문제에 관한 김 위원장의 전향적 입장이 담겨 있다. 미국과 비핵화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진전에 발맞춰 미국과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고 북·미관계를 함께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비핵화, 탄도미사일 개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등 핵심 현안에 대해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은 물론 미국의 당초 기대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특히 정 실장은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별도로 갖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에게 직접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 만큼 조만간 북·미 간 직접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을 가장 중요한 북·미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워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미국이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와는 아직 차원이 다른 수준이지만 대화를 재개하기에는 충분한 기초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화를 중재하는 한국 정부의 활동공간도 커졌다. 정 실장은 이번 주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특사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본격 조율할 예정이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를 공유하며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의 미국 방문 이후 외교부와 미 국무부 간의 외교채널을 통한 후속 협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대북특사 방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은 당초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성과”라며 “미국 내에서도 외교적 노력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대화까지 장애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핵 대화가 중단된 지난 10년간 불신과 적대감이 누적되고 북·미 간 신뢰가 바닥나 있는 상태라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밝힌 내용이 ‘직접 화법’이 아니라 한국 정부 특사단의 전언이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은 대화를 결정하기 전에 김 위원장이 언급한 ‘군사적 위협 해소’나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의미하는 것인지,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해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세계는 주시하며 기다리고 있다”며 “헛된 희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어느 방향이 됐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대북특사의 방북 결과에 관한 전모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만큼 일단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미가 조만간 뉴욕채널이나 비공개 실무접촉 등을 통해 대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북·미회담 사전 조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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