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은 왜 그랬을까.. "大를 위한 小의 희생 정도로 생각"

태원준 기자 2018. 3. 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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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는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피해자인 수행비서가 한 말에 안 지사의 생각이 들어 있다고 본다. '너는 내 거울이다. 너는 그림자 같이 좇아라. 나의 과실은 잊어라. 내가 그 원대한 일을 하려 하니 너는 협조해라.'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인식이 피해자의 진술 등에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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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는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을까. TV에 나와 성폭력 사실을 직접 폭로하는 피해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많은 이들이 이 물음의 답을 찾지 못했다. 대통령직에 도전했던 사람이고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었다. ‘정의’를 말해 왔고 깨끗한 이미지를 나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어렵게 쌓아온 정치적 자산이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는 도박 같은 짓을 그는 왜 한 것일까.

정치인의 행태를 분석할 때 범죄심리학에 묻는 것은 흔치 않은 상황인데, 이번엔 그래야 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지사의 성범죄를 “장기간에 점진적으로 형성된 습벽”이라고 진단했다. 미투 운동이 한창 확산되는 시기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이 교수는 “하루 이틀 사이에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닌 것 같다. 발각되지 않은 채, 문제가 벌어지지 않는 상태로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경각심이 사라진 듯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계속돼온 일탈이 하나의 습관처럼 자리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제제기가 없었던 시스템이 그의 경각심을 무장해제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미투 운동이 불거졌을 때 안 지사는 이를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겉으로 드러내는 ‘말’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했던 ‘행동’이 상반됐다. 이 교수는 “일부러 그렇게 이중적인 양태를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자신의 행위를 문제로 바라보는 통찰이 없었던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었고 ‘도지사’ 직함 정도는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을 확보한 터였다. 충남지사 재도전은 일찌감치 접고 ‘더 큰 정치’를 구상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는 비행을 저지르는 심리에 대해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리스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감수해야 하는 지출 정도로 여겼을 것이다. 자기가 이루려는 대(大)를 위해 주변에서 소(小)를 희생하는 상황쯤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큰일을 하는 자신이 당연히 할 수 있는 권한 내의 일이라고 봤을 것이다.”

또 이렇게 덧붙였다. “피해자인 수행비서가 한 말에 안 지사의 생각이 들어 있다고 본다. ‘너는 내 거울이다. 너는 그림자 같이 좇아라. 나의 과실은 잊어라. 내가 그 원대한 일을 하려 하니 너는 협조해라.’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소모품처럼 여기는 인식이 피해자의 진술 등에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이런 발상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게 결코 아니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기간 누린 데서 오는 초법적 사고”라면서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대개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 과거에 수청 들게 하는 걸 시혜를 베푸는 거라고 여겼던 사또처럼.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이 됐는지 이런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자신은 평등하지 않은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변에서 자기를 떠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런 인식이 스며들게 된다. 초법적 일탈적 사고는 범죄를 범죄인 줄도 모르는 몰지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그런 몰지각이 ‘내가 전지전능하다. 내가 하는 건 선이다. 너희는 나를 위해 하는 희생을 영광으로 여기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안희정 지사가 페이스북에 남긴 사과 메시지를 “굉장히 두루뭉수리한 사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두 내 잘못’이라고 썼던데, 그건 ‘내가 죄를 지었다’는 말과 거리가 있다. 본인도 멘붕인 것 같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이 벌어지니 시인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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