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미스티' 고혜란에게 공감하는 이유

기자 입력 2018. 3. 6. 14:20 수정 2018. 3. 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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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주의 복귀작인 종합편성채널 JTBC '미스티'가 시청자의 호평 속에 순항하고 있다.

특히 김남주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고혜란 캐릭터에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가 쏟아진다.

특히 초반에 이런 악인의 모습이 부각됐는데 바로 그때 시청자들은 고혜란에게 열광했다.

시청자,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고혜란의 좌절감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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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주의 복귀작인 종합편성채널 JTBC ‘미스티’가 시청자의 호평 속에 순항하고 있다. 특히 김남주가 연기하는 여주인공 고혜란 캐릭터에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가 쏟아진다. 이에 힘입어 김남주는 3월 드라마배우 브랜드평판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보통 시청자들이 지지하는 드라마 주인공은 선하고 올곧은 인물이다. 경쟁할 때 악역은 비열한 권모술수를 쓰지만 주인공은 정정당당히 임한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올바름을 중시한다. 하지만 고혜란은 다르다. 후배가 자기 자리를 위협하자 후배를 덫에 빠뜨려 비열한 폭로로 주저앉힌다. 지방으로 쫓아내 완전히 매장시키려 한다. 자신과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다투던 사람은 협박으로 배제시킨다. 동료를 매수해 정보를 빼내고 치졸한 행위를 사주하기까지 한다. 보통 악역이 출세, 권력에 집착하는 반면 주인공은 초연하기 마련인데 고혜란은 출세욕, 권력의지의 화신이다. 특히 초반에 이런 악인의 모습이 부각됐는데 바로 그때 시청자들은 고혜란에게 열광했다. 일반적인 드라마 법칙이 깨졌다.

이런 일은 과거 MBC 드라마 ‘하얀거탑’에 나타났었다. ‘하얀거탑’의 주인공인 장준혁이 권모술수로 경쟁자를 배제하는 악인의 모습을 보였는데도 시청자들이 그를 응원했던 것이다. 장준혁도 출세욕과 권력의지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그때와 비슷한 현상이 ‘미스티’에서 다시 나타났다.

‘하얀거탑’ 당시에 사람들은 장준혁의 좌절감에 공감했었다. 흙수저로 태어나 대대로 의사 집안의 금수저와 싸워가며 한 발 한 발 자기 한계를 깨나가는 장준혁의 삶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던 것이다. 흙수저가 자기 앞길을 막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선 어느 정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사람들은 여겼다. 착하고 순한 모습만 보이며 굴종하기보다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금수저들에게 맞서는 태도가 사람들을 통쾌하게 했다.

‘미스티’도 그렇다. 시청자,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고혜란의 좌절감에 공감한다. “선배들은 뉴스나인 앵커 맡고 보통 1년 차에 국장 달았어요. 전 지금 7년 차예요. 여전히 직급은 부장이에요. 왜? 여자니까.” 고혜란은 방송국 간판 앵커지만 유리천장에 갇힌 신세다. 7년 동안 성공적으로 자리를 지켰어도 고위직으론 가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밑에서 후배가 치고 올라온다. 고위직들은 고혜란 대신 여자 후배 기자를 중용하려 하는데, 그 이유는 단지 그 여기자가 고혜란보다 젊고 예쁘기 때문이다. 고혜란은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여자라서다.

애초에 앵커가 되는 과정에서도 고혜란은 임신과 앵커직 사이에서 양자택일해야 했다. 남자라면 당하지 않을 일이다. 고혜란 부부에게 아이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시어머니는 고혜란만 압박한다. 아이 문제는 부부 공동의 사안임에도 말이다. 고혜란은 회사에선 생존경쟁에, 집에선 시어머니 눈치에 내몰린다. 고혜란은 말한다. “더럽게 힘드네. 사는 거.” 대다수 일하는 여성들이 공감할 내용이다. 그래서 고혜란이 악착같이 달려드는 것에 응원이 쏟아진 것이다. 그의 출세는 대리만족이 됐다.

흙수저의 답답한 처지가 악인 장준혁 신드롬으로 이어진 것처럼, 여성들의 답답한 처지는 고혜란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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