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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부동산 거래가 달라진다

2018. 3. 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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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줄고 직거래 활발…비전문적인 중개사는 뒤처질 것



[한경비즈니스=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변호사] 최근 필자는 부동산 직거래를 하는 의뢰인 업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대기업 계열사와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

해당 대기업 계열사는 개발 중인 AI를 통해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임대차계약서 등 부동산 거래 계약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것은 물론 거래 관련 법령과 판결 분석을 통해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권리 분석까지 가능하도록 연구 중이었다. 모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도 이 회사 기술진과 함께하고 있었다.

부동산 직거래를 운영하는 의뢰인 회사와의 미팅에서는 연구 중인 AI가 짧은 시간에 많은 거래 데이터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이야기가 오갔갔다.

◆AI 도입으로 직거래 늘어날 듯

구글의 알파고처럼 AI는 사람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확한 분석 능력과 계산 능력을 바탕으로 방대한 매물 정보에서 고객이 원하는 매물에 대한 검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자료가 방대하거나 검색 조건이 까다롭더라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매물 정보를 검색해 낼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와 같은 단순한 데이터 검색을 넘어 소위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하는 거래 계약서 작성과 권리 분석까지 염두에 두고 상당한 정도의 개발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었다. 부동산 거래 전문가의 영역에도 AI가 아주 가깝게 와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동안 사람의 손과 머리로 힘들게 하나하나 해 왔던 거래 계약이 실제로는 기계적으로, 다시 말하면 패턴화한 정형적인 작업으로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대체로 거래 계약서의 특정 난은 관련 문서의 특정 부분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그 패턴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어서 굳이 고도화된 AI가 아니더라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이 관련 문서의 특정 부분을 계약서에 일일이 기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들이 AI를 활용하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권원 보험업계 등에서는 계약서 작성 자동화 과정을 통해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자동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툴이 수년 전부터 이미 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AI 서비스가 보편화하면 우리 부동산 거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지금까지와 달리 거래 당사자들 간의 직거래가 활발해질 것은 분명하다. 중개사 없이 AI의 도움을 받아 쉽게 원하는 매물을 검색하고 거래 계약서를 작성하고 간단한 권리 분석까지 할 수 있다면 굳이 보수가 많이 드는 공인중개사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직거래 활성화는 직거래 매물 증가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다시 직거래가 더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면서 지금까지와 달리 직거래가 부동산 거래 시장의 뚜렷한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단순히 매물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영위되고 있던 중개업 종사자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매물 정보 이외에 AI가 제공하지 못하는 그 밖의 무언가, 예를 들어 투자 가치 분석, 상대방과의 협상력, 복잡한 법률, 세무 문제의 분석 등 종합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직거래 정착에 따른 새로운 부가 서비스가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거래를 통해 절약된 중개 보수를 안전하고 품질 높은 거래 계약에 필요한 기타 다른 서비스 지급에 사용할 여력이 발생할 수 있다.

계약의 특성에 따른 정확한 계약서 작성, 법률적인 권리 분석이나 세무 컨설팅, 건축 상담, 상권 분석, 재무 컨설팅 등이 대표적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예전에 비해 더 적은 부담으로 질적으로 더 훌륭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인중개사, 새 패러다임 준비해야

마지막으로, 중개 서비스는 크게 위축될 것이 명백하다. 직거래 활성화로 중개 건수 자체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개업계는 AI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AI를 도입하는 것은 생존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관련 공부 발급, 거래 계약서 초안 작성 등의 업무에서 보조 인력을 사용하는 것보다 AI를 활용하는 것이 정확성이나 비용 면에서 더 유익할 수 있다.

결국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중개업소는 완전히 도태되겠지만 경쟁력 있는 중개업소는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더욱 경쟁력을 갖추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예상된다.

중개 보수의 차별화 현상도 뚜렷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거의 모든 중개업소가 법정 보수의
한도까지 거의 일률적으로 중개 보수를 받아 왔다. 개별 중개업소에서 제공되는 중개 서비스에 별 차이가 없었고 중개업소 간 중개 보수에 관해 암묵적으로 담합해 왔기 때문이다.

법정 중개 보수 이하로 받거나 일방 당사자에게만 중개 보수를 받은 중개업소는 다른 대부분의 중개업소로부터 거래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유무형의 압력을 받아 왔다. 그 때문에 최고 한도로 설정된 금액이 일반적인 보수 수준이 돼 왔다. 하지만 AI 도입으로 중개 건수가 적어지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개 보수도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AI 도입은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직간접의 유관 업계와 고용시장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과거의 틀에 집착하지 않는 유연한 사고로 AI와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부동산 거래 전문가 그룹은 지금보다 더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지식과 풍부한 경험으로 통찰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AI 문제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 집단은 부동산 거래 정보를 독점하기 위해 직역 간, 같은 업종 종사자들 간 밥그릇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관련 서류에 기재된 특정 부분을 추출해 거래 계약서에 옮겨 적는 정도를 무슨 대단한 능력인 것처럼 착각하고 안주하고 있기까지 하다.

부동산 거래 계약이나 자문을 특정 전문가 집단이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안이한 생각이다. 정보 개방과 AI 도입이라는 틀에서 보자면 이런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웃음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걸맞은 능동적이고 창의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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