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급했나.. 김정은, 파격적 '특사 환대' 4가지 장면

태원준 기자 2018. 3. 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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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있다. 오른쪽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대북 특사단의 목적은 뚜렷했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를 중재하러 갔다. 메시지도 분명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방북 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특사단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파격적으로 환대했다. 만찬 장소부터 특이했고, 동생과 부인을 총동원해 맞이했다. 청와대는 “결과가 실망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① 평양 도착 3시간 만에 나타난 김정은

정의용 수석특사가 이끄는 특사단은 5일 오후 2시5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의 영접을 받았고 공항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특사단을 맞이했다. 특사단 일행과 리선권 위원장, 맹경일 부부장 등은 순안공항 귀빈실에서 10분간 환담한 뒤 오후 3시40분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영접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방북 일정’ 협의가 진행됐다. 불과 15분 만에 마무리됐다. 내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접견과 만찬을 오후 6시부터 곧바로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평양에 도착한 뒤 약 3시간 만에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앉았다.

이는 특사단과의 방북 회담을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실무진의 사전 협의를 거쳐 대략적인 결과물을 도출한 뒤 결정권자가 모습을 드러내 ‘재가’하는 게 아니라 결정권자가 먼저 큰 틀에서 방향을 정하고 후속 실무회담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북한이 택한 것이다. 이 같은 회담 방식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북한이 그만큼 이 회담에 큰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오른쪽)와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 등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② 구글 회장이 묵었던 고방산 초대소

특사단 숙소는 당초 예상됐던 백화원 초대소가 아니라 고방산 초대소였다. 평양 대동강변의 고급 휴양시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의 영접인사 면면이나 경호, 숙소 준비상황 등으로 볼 때 북측이 남측 대표단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방산 초대소는 그동안 남측 인사들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2002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관계자들이 방북했을 때 이곳을 이용한 적이 있다. 2013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 때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고방산 초대소는 평양시 삼석구역에 있다. 대동강 미림갑문 건설로 생긴 인공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는 곳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내부 시설이 호화롭게 꾸며져 있다. 북한은 이곳을 외빈 숙소보다는 북한 고위 간부의 휴양시설로 주로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북 특사단은 백화원 초대소 영빈관에서 묵을 것으로 예상됐다. 백화원 초대소 영빈관은 북한의 국빈 숙소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묵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3차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백화원을 리모델링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 등 특사단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수석특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정은 위원장, 서훈 국정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청와대제공

③ 남측 인사에 처음 공개한 ‘조선노동당 본관’

청와대는 6일 오전 특사단의 방북활동을 브리핑하며 “어제 만찬 장소가 특이하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 접견과 만찬을 조선노동당 본관의 진달래관에서 진행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특사로 방북한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초대받지 못했던 곳이다. 남측 인사가 노동당 본관을 방문하기는 처음이었다.

고봉산 초대소에 묵는다는 건 남북의 사전협의 과정에서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 접견·만찬 장소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북측의 준비에 맞긴 터였는데, 사상 처음으로 북한 정권의 핵심부인 노동당 건물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북한을 방문 중인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왼쪽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청와대제공

④ 김정은과 보낸 ‘4시간12분’… 부인·동생 총출동

김정은 위원장 접견과 만찬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12분까지 4시간12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특사단은 평양에 도착한 뒤 약 3시간 만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4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 김여정 특사가 평창올림픽에 맞춰 서울에 왔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그를 1시간 접견하고 1시간30분간 오찬을 함께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본관에서 그 2배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며 ‘파격’을 선보인 셈이다.

접견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석했다. 이어진 만찬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창설 서기실장이 추가로 참석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동생’ ‘부인’이 총동원돼 특사단을 맞은 것이다.

북한은 대북 특사단의 방북 사실을 바로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정 실장을 비롯한 남조선 대통령의 특사 대표단이 오늘 평양에 도착했다”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이선권 동지를 비롯한 관계부문 일꾼들이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언론이 우리 특사단 방북을 신속히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의 남북 관계 개선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전 “특사 대표단이 곧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 6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 일문일답

- 접견과 만찬에서 합의가 있었나
= 합의라고 표현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과’가 있었고 실망스럽지 않은 걸로 안다. 내용은 아마 돌아와서 발표할 듯 싶다.

- 정상회담 관련 내용도 있나.
= 그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 귀국 일정은.
= 원래 예정대로 하면 초저녁에 오는 걸로 돼 있다.

- 오늘 회담은.
= 후속실무회담 형태로 진행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김영철 통전부장이 어제 내내 같이 참석했으니까 김영철과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 어제 식사가 왜 그렇게 길어졌나.
= 할 얘기 많았나 보다.

- 분위기는 어땠나.
= 많은 얘기를 충분히 나눴다고 한다.

- 김정은 발언 내용은.
= 돌아와서 발표할 것이다.

- 비핵화 논의 이뤄졌나.
= 그렇겠죠.

- 특사단 향후 일정은.1
= 오늘 돌아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기자단에 설명하고 내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 보고하고 미국과 조율해 워싱턴으로 간다.

- 미국 일정은.
= 아직 없다. 방미는 목~토요일로 예상한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시간 접견, 만찬 보고받았을 텐데.
= 네. 바로 보고받았다.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 리설주가 우리 인사 만난 건 처음인가.
= 응원단으로 내려온 뒤로는 처음인 것 같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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