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형님" "선배" '장충기 문자'의 실명을 공개합니다
연합뉴스 전·현직 간부 이창섭·조복래의 삼성 유착 문자 논란… 최기화 전 MBC 보도국장 장충기에 “늘 신세만”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지난 4일 2회분 방송에서 ‘삼성 장충기 문자’를 추가 공개했다. 시사IN이 지난해 단독 보도했던 ‘장충기 문자’는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한국사회 유력 인사들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특히 언론사 간부들과 장 전 사장이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언론과 자본권력의 유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디어오늘은 ‘스트레이트’ 보도를 바탕으로 장충기 문자 내용을 분석했다.
① 연합뉴스 간부 “동지인 김장겸과 함께 식사를”
2016년 총선을 앞둔 4월5일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는 장 전 사장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장 사장님. 바쁘시게 잘 지내시지요? 총선 이후 식사 한번 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인데 혹 틈을 내실 수 있을는지요? 동지인 MBC 김장겸 본부장과 같이 하려 합니다. 연합뉴스 및 연합뉴스TV 보도담당 상무 조복래 드림.”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김 본부장이 따로 할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다음 기회에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복래 드림.”
이는 조 상무가 김장겸 당시 MBC 보도본부장(전 MBC 사장)을 위해 장 전 사장과의 만남을 주선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문자다. 미디어오늘은 5일 조 상무와 김 전 사장에게 각각 어떤 이유로 장 전 사장을 만나려 했는지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두 사람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장 사장님. 늘 감사드립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들도 있구요. 나라와 국민,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갑니다. 연합뉴스 조복래 드림.”
“안팎으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져 간다”며 문자를 통해 권력을 비호하고 “누워계시는 이건희 회장님을 소재로 돈을 뜯어내려는 자가 있다”며 성매매 의혹을 무마하는 듯한 모습이 국가기간통신사 간부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당시 내부에서도 나왔다.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연합뉴스 인사는 이창섭 연합뉴스TV 뉴미디어 기획위원이다. 그는 지난해 장충기 문자가 보도됐을 때도 언급된 적 있다.
“밖에서 삼성을 돕는 분들이 많은데 그중에 연합뉴스의 이창섭 편집국장도 있어요. 기사 방향 잡느라고 자주 통화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열심이네요. 나중에 아는 척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통화 중에 기사는 못 쓰지만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 관련자들한테 들었는데 돕기로 했다고 하네요.”
- 2015년 7월8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실제 연합뉴스는 2015년 7월13일 “전문가들 ‘삼성물산 소액주주, 기회를 발로 찰 이유없다’”라는 제목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우호적인 기사를 냈다. 합병이 최종 결정됐던 7월17일보다 나흘 앞선 시점이었다.
지난해 ‘장충기 문자’ 논란 당시 이 위원은 “취재 지시나 기사 방향 조정은 편집회의 등 시스템을 통해 결정한 것일 뿐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일을 한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트레이트가 새로 보도한 이 위원 문자는 노골적이었다. 이 위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2015년 7월18일 다음과 같은 문자를 장 전 사장에게 전했다.
“사장님 연합뉴스 이창섭입니다.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간 나실 때 전화 요망합니다.”
“답신 감사합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창섭 올림”
“선배님 주소가 변경돼 알려드립니다. 일산으로 복귀했습니다. 적절할 때 부장 한 명만 데리고 식사 한번 했으면 합니다.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이창섭 기획위원도 미디어오늘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③ 문화일보 광고국장 “우리는 혈맹”
김영모 문화일보 광고국장 문자도 공개됐다. 김영모 국장은 2016년 8월 장 전 사장에게 ‘각골난망’이라는 표현과 함께 “어려운 여건에서도 문화일보를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소용될 일이 있으시면 하시라도 하명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바 있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김영모 국장은 2016년 3월 “문화일보, 그동안 삼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물론이고요. 도와주십시오. 저희는 혈맹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장 전 사장에게 보냈다.
김 국장은 지난달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과거와 비교하면 신문시장은 크게 위축됐다”며 “어떤 광고주든 광고를 주는 것 자체가 고마운 면이 있다. 삼성뿐 아니라 모든 광고주에게 그렇게 표현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X새끼야”라며 욕설을 해 물의를 빚었던 최기화 전 MBC 보도국장도 2015년 5월 장 전 사장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형님, 귀한 선물 감사합니다. 별로 보탬도 되지 않는데, 늘 신세만 집니다. 건강하세요. 최기화 올림”
이보다 한 달 앞서 최 전 국장은 장 전 사장에게 “형님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좋은 공연 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최기화 올림”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MBC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최 국장이 말한 좋은 공연은 삼성이 후원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연주회로 추정된다”며 “입장권은 한 장에 최고 30만 원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최 전 국장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는 김장겸 전 MBC 사장, 최기화 전 국장,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 조복래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인물들이다. 언론노조는 이들을 ‘언론 부역자’로 지목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