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쌍 합동결혼, 강제노역..서산개척단의 끔찍한 진실
정은혜 2018. 3. 5. 15:32
━ 강제 합동결혼, 도망치면 사살…서산 간척지에서 무슨 일이
1960년대 사회 명랑화 사업으로 진행된 '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개척단)'에 대한 증언이 3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공개됐다.
대한청소년개척단 사업은 1961년 5.16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에 의해 진행됐다. 정부는 거리의 부랑아 등에게 갱생의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들을 사회로부터 강제로 치우는 사회명랑화 사업을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이들은 허기와 노역, 폭력을 견디며 힘겨운 하루를 살아야했고, 가족들이 이들을 찾으려 해도 서산간척단 입구에서 "그런 사람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가야 했다.
정부는 서산개척단에 갇힌 이들을 정착시키려 강제 결혼을 시키기도 했다. 이에 처음 보는 남녀가 강제 부부를 이뤘다. 1963년 9월 26일과 이듬해 11월 24일에는 225쌍의 합동결혼식이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됐다.
'그것이 알고싶다' 팀과 인터뷰 한 정화자 씨는 "가세가 기울어 공장에서 일하던 중 정부 관계자가 돈을 두배로 더 주는 공장으로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데려갔다. 그 때문에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나를 속인 사람을 쏴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는 이들에게 "간척한 땅을 나눠주겠다"며 가상 증명서를 나눠줬다. 하지만 현재 서산 간척지는 국유지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이후 서산간척단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게재된 상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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