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의 나이는 숫자일 뿐.. '불혹'의 그는 더욱 강하다

이준목 2018. 3. 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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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이동국, 3경기에서 벌써 4골.. 월드컵 대표팀에도 발탁됐으면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한국 나이 마흔 살의 베테랑 선수 이동국(전북 현대)이 2018 시즌 초반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동국은 올 시즌 3경기에서 벌써 4골을 넣었다. 첫 공식경기였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가시와 레이솔전에서 2골, 키치 SC전에서 1골을 기록했고, K리그1(클래식) 공식 개막전이었던 1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쏘아올리며 3연속 득점포로 절정의 감각을 과시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어려운 순간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점도 돋보인다. 첫 경기 상대였던 가시와는 ACL 무대에서 번번이 전북의 앞을 가로막아온 대표적인 천적이었다. 전북은 가시와에 먼저 두 골을 내주며 0-2로 끌려갔지만 이동국이 투입된 후반전에 분위기를 바꾸며 3-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전북의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던 울산을 개막전에서 제압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전북은 김신욱과 아드리아노 투톱을 먼저 내세웠지만 울산의 강력한 저항 앞에 전반 무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후반 들어 이동국의 활약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동국은 결승골 포함 한교원의 추가골까지 어시스트하며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국이 여전히 나이와 상관없이 K리그 최고의 공격수라는 사실을 증명해준 장면이다.

K리그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이동국

이동국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을 203골로 늘렸다. 2018 시즌을 앞두고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던 이동국은 초반부터 기분 좋은 골 맛을 이어가며 대기록 경신에 청신호를 켰다. 아울러 전북 소소으로 K리그 통산 출장도 358경기로 최진철과 타이 기록을 수립하며 바로 다음 경기에 출전하면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이동국이 매 경기 세우는 기록들이 바로 K리그의 역사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이자 현역 최고령 선수로서 이동국의 도전은, 세상의 '선입견'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축구에서 골키퍼 같은 특수 포지션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가 마흔 살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더구나 항상 수비의 집중 견제에 시달려야 하는 공격수 포지션으로 매년 꾸준한 기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이동국은 올해도 어려운 걸 기어코 해내고 있다. 단지 나이를 감안하면 잘한다는 수준 정도가 아닌, 여전히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동국은 특별하다.

10대 시절부터 국가대표팀과 프로팀을 넘나들며 경력을 쌓았던 이동국은 1990년대-2000년대-2010년대까지 모두 체험한 유일한 현역 선수이기 때문에 또래 세대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오래 뛴 느낌이다. 2009년 전북 입단 당시만 해도 이동국은 갓 서른을 바라보던 나이였지만 '한물 간 선수' 취급을 받기도 했다. 전북에서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한 이후에도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를 이유로 매년 노쇠화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동국은 2018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건재하다. 베테랑은 조금만 못하면 '나이 들어서 못한다'고 욕먹기도 쉽지만, 반대로 오랫동안 꾸준히 잘하더라도 '후배들 앞길을 막는다' 혹은 '박수칠 때 떠나라'는 식을 압박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이동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불혹의 나이에도 이동국은 단순히 상징적인 리더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넘어서 후배들과 당당히 실력으로 경쟁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이동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 '베테랑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도전이다.

'이동국'이라서 당하는 선입견도 있다. 아직도 마흔 살 이동국을 넘어설 만한 공격수를 찾기 어려운 현실을 두고 선수의 노력과 재능을 칭찬하기 보다 K리그의 '공격수 기근 현상'과 연결시켜 나이든 선수가 더 잘하는 게 마치 비정상적이라는 식이라고 말하거나, 이동국이 유럽 무대에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두고 K리그의 수준을 폄하하는 식이 대표적이다.

선수는 젊었을 때 신체적으로는 전성기를 맞이하지만, 나이가 들고 원숙해지면서 더 진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동국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워낙 이른 나이부터 스타 대접을 받았기에 과소평가받는 부분도 있지만 10~20대 시절의 이동국과 30대 이후 베테랑이 된 지금의 이동국은 플레이스타일도 경기를 풀어가는 역량도 차이가 크다.

이동국의 유일한 아쉬움, 월드컵 대표팀 발탁?
왜 아직도 이동국을 넘어서는 젊은 선수가 없냐는 불만보다는 이동국만의 특별함이 무엇인가를 먼저 주목해야 한다. 이동국이 유럽 무대에서 성공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K리그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은 지금의 이동국은 아이돌 이미지 같았던 20대 시절보다 오히려 훨씬 더 나은 선수가 됐다.

이동국에게 아직 극복하지 못한 미완의 선입견은 아마 대표팀에서의 활약일 것이다. 전북과 K리그, 그리고 아시아 무대에서는 이미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을 정도로 눈부신 업적을 쌓은 이동국이지만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일은 여전히 한으로 남아있다. 선수로서 월드컵에 나설 마지막 기회인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여전히 이동국의 발탁을 기대하는 팬들이 있는 이유다.

현재로서 이동국이 월드컵에 나갈 확률은 희박한 게 사실이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이제는 이동국을 명예롭게 보내줄 때"라며 사실상 더 이상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미 대표팀에 손흥민, 이근호, 김신욱, 황희찬 등 유력한 젊은 공격수 후보들이 많다는 것도 이동국의 복귀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대표팀은 오는 3월 최종엔트리를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A매치 2연전에서 최정예멤버를 소집할 예정인데, 사실상 여기에 발탁되는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까지 승선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동국이 최근 소속팀에 보여준 물오른 골감각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주목할 것은 이동국이 '슈퍼 서브'로서 보여준 경쟁력이다.

이동국은 지난해부터 선발 자리를 내주고 사실상 후반 교체 요원으로 투입되는 빈도가 늘어났지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할 만큼 짧은 출전 시간에도 여전한 골 결정력을 입증하고 있다. 가시와전과 울산전도 모두 슈퍼서브로서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입되어 경기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이가 들며 활동량은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동료를 활용하는 시야나 연계 능력은 오히려 젊은 시절보다 더 원숙해졌다. 상황에 따라 김신욱과 투톱을 이루거나 조금 낮은 위치에서 처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역할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종판단은 신태용 감독의 몫이겠지만 지금의 컨디션과 골감각이라면 이동국을 월드컵에 데려갈 만한 공격수 후보로 아예 테스트조차 해보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아깝다. 베테랑으로서 그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보여준 헌신을 감안해도 이동국은 충분히 가치있는 선수다. '이동국은 월드컵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대표팀에서 다시 한 번 얻을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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