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대공황도 보복관세로 시작돼 세계경제 붕괴시켜"
[동아일보]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 시간) 사설에서 “1930년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시행한 이후 전 세계적인 보복관세로 대공황을 불러왔다”며 “트럼프 대통령, 무역전쟁으로 얻을 것이 뭐냐”고 따졌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려고 할 것”이라며 대공황 당시에 발생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대공황 당시와 유사
대공황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의 끝자락에 시작됐다. 1929년 10월 29일 주가 대폭락이 발생했고, 그해 여름에 미국 의회에 상정된 스무트-홀리 법안이 1930년 통과되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 법안은 원래 농산물 관세를 높이는 내용이었다. 법안 심의과정에서 관세인상 품목이 2만1000여 개로 급증했다. 평균 관세율 수준도 60%로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역사상 ‘최악의 법’으로 알려진 이 법이 나오자 캐나다, 프랑스 등 전 세계 각국이 앞다퉈 관세를 올렸다. 대표적인 무역 국가인 영국조차도 자유무역기조를 폐기하고 1932년 모든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1929년 84억4280만 달러였던 전 세계 교역액은 1933년에는 30억 달러로 3분의 1 토막 났다.
세계 경제는 국제무역이 축소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나서야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각국은 194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맺고 관세율을 인하했다.
○ 자유무역의 퇴조로 이어질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은 이 같은 흐름을 크게 퇴보시킬 수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다른 국가의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세계 각국은 즉각 맞불을 놓고 있다. 보복 관세를 천명한 EU는 5일 미국산 철강을 비롯해 쌀, 옥수수, 오렌지 주스 등 공산품부터 농산품까지 관세 부과 대상을 총망라할 예정이다. 중국도 미국산 농산물 규제와 미 국채 매각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수십 년간 구축돼온 자유무역 질서가 미국 대통령의 변덕으로 상처를 받게 됐다”며 “캐나다 일본 한국과 같은 동맹국을 새 관세조치로부터 면제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려면 EU 캐나다 일본 한국과 협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무역 적자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성향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만큼 자유무역 체제의 붕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 한국 경제성장 쪼그라들 우려
현재의 추세대로 전 세계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큰 국가의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1%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64.5%로 2012년 이후 최대치였다. 소비심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준 셈이다.
현재 무역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EU, 중국이 무역장벽을 높인다면 한국 수출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이들 3개 경제권의 비중은 중국(24.8%), 미국(12.0%), EU(9.4%) 순이었다.
이 때문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야 한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호무역주의는 현재 정책당국에서 심각하게 살펴야 하는 돌발변수”라면서 “성장전망치를 하향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이건혁 기자 / 파리=동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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