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신보→외무성 미국연구소→대변인으로 격 올린 속내는
북한은 지난 1일 정오쯤엔 외곽 매체인 조선신보를 대미 창구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길 원한다”고 말한 데 대해 “그 조건은 미국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선신보를 통해 밝힌 것이다. 조선신보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이 발행하는 기관지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12일에도 조선신보를 통해 “북남(남북) 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실험이나 탄도로켓(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것라고 내다보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며 남북 관계 개선 기간 도발 중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었다.
내용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평화를 바라는 우리 겨레와 국제사회의 염원으로부터 미국과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외교적으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되고도 원칙적인 입장”이라며 대화에는 열려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측이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점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수십년간에 걸친 조미(북ㆍ미) 회담 역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탁(테이블)에 마주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다. 그러나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특사 수용을 앞두고 북ㆍ미 대화의 창구인 내각 외무성을 등장시킨 것은 일종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입장 표명을 하는 모든 작은 형식엔 메시지가 있다”며 “외곽매체에서 외무성 미국연구소라는 준(準) 당국으로 형식을 바꾸고, 그 뒤 또 외무성 대변인이라는 당국을 내세운 것은 그만큼 대화에 임하는 입장이 강화된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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